[특집-창간16주년] 포스트 IMF과제-디스플레이

 반도체를 포함한 부품산업은 우리나라 산업의 근간인 전자·정보통신산업의 하부구조다. 안정된 부품산업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건전한 세트산업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건 상식이다. 때문에 전자·정보통신산업이 흔들리면 곧바로 전자산업의 풀뿌리라고 할 수 있는 부품산업은 고사위기를 맞게 된다. IMF 이후 국내 전자·정보통신 분야의 세트업체들이 추진중인 구조조정 작업은 궁극적으로 부품업체에 더욱 혹독한 구조조정을 강요하고 있다. 반도체 소자산업의 경우 2위와 3위 업체의 합병이 추진되고 있고 이는 연쇄적으로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산업의 구조개편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 부품업체가 겪어야 하는 시련은 더욱 혹심하다. 특정업체에 종속된 사업구조를 가진 중소 부품업체들의 경우 몸집 줄이기 작업은 기본이고 동시에 다각적인 치열한 생존전략 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IMF 이후 디스플레이산업의 성장가도에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디스플레이업체들의 과감한 투자에 힘입어 브라운관과 TFT LCD에서 세계 1, 2위의 생산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IMF 이후 디스플레이업체들이 성장보다는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을 택하면서 투자를 전면 유보한 채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특히 브라운관을 대체할 수 있는 성장품목이었던 TFT LCD의 경우 업체들이 투자자금을 확보할 수 없는 데 따라 설비투자를 유보하면서 일본 업체들을 앞설 수 있는 상황에서 주저앉고 있다.

 현대전자는 투자키로 했던 3.5세대 생산라인인 6백×7백20㎜의 설비도입을 보류하고 현재 외자유치를 서두르고 있으며 LG전자와 반도체도 반도체의 구조조정 여파에 휩싸이면서 외자유치를 모색하고 있다.

 브라운관업체들도 유동성자금의 확보를 위해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고 있어 브라운관 이외의 사업 중에서 사업성이 없는 분야를 매각, 자금을 확보하거나 인력을 대폭 줄이고 있다.

 삼성전관은 조명사업을 미국 GE사에 매각한 데 이어 일부 생산공정이나 간접부문의 인력을 독립시키는 분사제도를 도입, 인원정리에 들어갔다. 오리온전기도 국내에 남는 설비를 해외로 이전하거나 적자사업을 정리해 나가기로 했다.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이같은 구조조정을 통해 IMF를 극복해 나가면서 도래하는 2000년 이후를 대비하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브라운관업체들은 현재 보류해놓고 있는 생산거점의 세계화를 마무리짓는 한편 브라운관 이후를 대비, FED 등 새로운 디스플레이 소자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브라운관업체들은 유력한 디스플레이로 떠오르고 있는 PDP의 양산을 위한 설비투자를 준비하면서 관련기술의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TFT LCD업체들은 노트북PC 시장만으로는 더이상 살아남을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응용제품의 개발에 박차를 가해 수요처를 모니터 시장과 카내비게이션 등으로 확대시켜 나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는 이 시장을 겨냥, 설비증설에 나서기로 하고 오는 2000년까지 투자자금을 확보해 4세대의 생산설비에 맞춰 대대적인 투자에 들어갈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아울러 정부에서도 디스플레이산업을 수출유망산업으로 보고 부품·소재 등 기반산업의 구축을 위해 적극적으로 자금지원을 해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