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 접어들면서 산업용 전기·전자분야는 고사 위기에 직면했고 공작기계·계측기기·빌딩자동화·항공·자동차·전자의료기기 부문의 어려움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관련업계는 이같은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긴축경영·수출확대·외자유치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난관 극복이 쉽지 않다. 특히 제품 국산화율이 낮고 외국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부문의 경우 국내기업의 구조조정과 외자유치가 맞물리면서 산업구도 자체가 새로 짜여지는 엄청난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외국업체들의 각축장인 국내 계측기기시장은 IMF 불황속에서도 외국 계측기기업체들의 진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HP·텍트로닉스·플루크·피셔로즈마운트, 독일 로데&슈와르츠·반델&골터만, 일본 안리쓰·어드밴테스트·안도가 한국지사를 설립한 데 이어 올초 독일의 엔드레스하우저社와 미국의 르크로이社가 한국법인을 세웠다.
이러한 시장상황 속에서 국내계측기업체들이 CDMA계측기 등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 내수시장 확보 노력과 함께 수출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정엔지니어링이 중국의 환경·유량 계측기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을 비롯해 이동통신 단말기 측정기업체인 윌텍정보통신도 이동통신분야 최대 수요처인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미국에 현지 개발·판매법인인 「윌텍 아메리카」를 설립했다.
네비콤은 아예 올해를 「수출 원년의 해」로 정하고 GPS 수신기 및 정밀 시각동기장치 수요가 가장 많은 미국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판매법인 설립에 나섰다.
항공산업은 대기업간 빅딜로 대규모 구조조정 및 외자유치가 이뤄지고 있는 분야다.
이달초 발표된 대기업간 1차 구조조정안은 대한항공을 제외한 삼성항공·대우중공업 항공사업본부·현대우주항공 등 3사가 단일법인을 설립한 후 외자를 유치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항공업계는 연초부터 활발한 외자유치 노력을 기울여 상당한 성과를 얻어냈다.
삼성항공은 지난 7월 캐나다 CIBC은행으로부터 2억달러 규모의 외화 차입에 성공했고 항공기 부품 및 헬기 수출금액을 담보로 연 1억5천만달러 이상의 외화자금을 공급받기로 했다. 현대우주항공도 올해 초 미국 보잉사의 보증으로 미국 수출입은행으로부터 1억달러의 외화자금을 조달했다.
자동차 산업의 구조조정은 기아자동차 처리문제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7월 15일부터 추진해 온 기아·아시아자동차 국제공개입찰은 인수자를 선정하기 위한 주식매각 입찰을 실시한 결과 현대·대우·삼성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업계의 새로운 구도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중공업·기계산업을 바탕으로 메카트로닉스의 정밀성까지 갖춰야 하는 산업전자 분야는 산업발전의 전제가 되는 전방산업의 경기후퇴 속에서도 독자적인 입지를 확보해 산업의 근간을 세우면서 거듭나려는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업계는 IMF체제를 겪으면서 그동안 부풀려 온 업계의 덩치가 한낱 모래성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기술력 축적보다 「돈벌이」에 급급한 것이 외국자본에 안방을 내줘야 하는 수모를 초래한 것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업체들이야말로 산업 빙하기로 표현되는 IMF 구제금융기간을 거치면서 구태의연한 껍질을 벗은 진정한 메카트로닉스 분야의 선발주자로 우뚝 서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산업전자업계는 지금 냉혹한 단련기를 맞으면서 새로운 2000년을 준비하고 있다.
포스트 IMF 시대를 맞기 위한 대기업의 전문화 노력과 중소기업의 세계화 노력은 향후 1, 2년내 뚜렷한 윤곽을 드러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전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