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은 창간 16주년을 맞아 IMF태풍으로 내수부진과 수출침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국내 전자.정보통신업계가 현재의 경영환경을 정확히 파악, 내년도 경영계획 수립에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 리서치플러스연구소와 공동으로 지난 8월 10일부터 24일까지 2주간 전자.정보통신업체 최고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IMF체제하의 전자.정보통신산업 환경 및 전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전국 전자.정보통신업체 최고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대인면접과 전화 및 팩스면접을 병행했다. 유효표본은 2백개였으며 표본추출은 정보통신기기.정보통신서비스.가전.반도체/부품.산업전자.컴퓨터(HW).소프트웨어(영상산업 포함).유통 등 8개 업종으로 나누어 할당추출법을 사용했다.
<편집자>
IMF태풍은 전자·정보통신업계를 비켜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전자·정보통신업계는 올 상반기 목표 매출액 대비 달성률이 평균 69.6%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분석했다. 물론 90∼1백% 달성(14%)하거나 목표액을 초과한(10%) 업체도 24%에 달한다. 하지만 50%도 달성하지 못한 업체가 33%에 이를 정도로 부진했다.
업종별로 상반기 매출목표 달성률을 보면 가전(76.9%), 컴퓨터(74.3%), 반도체 및 부품(72.1%)업종은 70%를 상회한 반면 유통(57.5%), SW(56.9%)업종은 50%대에 머문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업장 규모가 크고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매출목표 달성률이 평균 70.8%로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높았고 또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은 기업이 구조조정을 단행한 기업보다 14.4% 포인트 높은 79.6%로 나타났다.
경영주들이 꼽은 상반기 매출부진 이유 중 가장 높은 것은 시장위축(81.7%)으로 얼어붙은 국내경기를 실감하게 했다. 다음으로 마케팅력 부족(7.7%), 자금력 부족(5.3%), 시장개척 부진(4.7%), 기술력 열세(0.6%) 등의 순으로 꼽았다. 특히 컴퓨터와 SW업계 경영자들은 모두 시장위축을 꼽아 침체된 PC경기를 반영했으며 정보통신서비스(89.5%), 산업전자(85.2%)업종도 85% 이상이 시장위축을 이유로 들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국내 전자·정보통신업계의 경영자 62.5%는 올 매출이 작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응답한 경영자는 35.5%뿐이었다. 업종별로 보면 상반기 매출달성률이 50%대인 유통업계 경영자들은 모두 올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영상분야를 포함한 소프트웨어와 산업전자 경영자도 80%가 올 매출감소를 예상했다. 반면 IMF영향을 가장 강하게 받을 것으로 조사됐던 가전업계는 오히려 52.9%가 매출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답해 IMF영향 정도와 매출액은 별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매출액이 2백억원 미만인 업체일수록, 생산공장을 운영하지 않은 업체일수록 감소할 것이란 응답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처럼 올해 경기전망은 대체로 비관적으로 나타났지만 지난해 대비 매출액 성장률 기대치는 평균 18.1%로 높게 나타나 전자·정보통신업계가 여전히 고성장의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서비스(29.6%), 정보통신기기(28.4%), 반도체·부품(20.1%)업종 등이 20%대의 고성장을 기대하고 있으며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는 한자릿수로 나타났다. 유통업종은 기대치마저 마이너스 14.2%로 나타나 올해 유통경기가 최악인 것으로 분석됐다.
수익성에서도 전체의 71.5%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해 채산성마저 악화됐음을 반영했다. 특히 유통업계는 매출액과 마찬가지로 올해 수익성이 감소할 것이라고 응답, 판매부진을 돌파하기 위해 싼 값에 팔고 있음을 대변했다. 또 정보통신기기·소프트웨어·산업전자업계 경영자도 80%대가 수익성 감소를 예견했다. 반면 정보통신서비스업계 경영자 47.6%는 올해 수익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해 통신기기와 통신서비스업체 간 경기전망이 대조적이었다.
이같은 비관적인 매출전망에도 불구하고 IMF 경제위기 극복의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수출에 대해선 전체의 64.8%가 증가할 것이라고 답해 환율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회복과 정부의 수출드라이브 정책이 어느정도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업종별로는 반도체·부품업계 경영자들의 71.9%가 증가할 것이라고 답해 여타 업종에 비해 수출에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컴퓨터(하드웨어)부문의 경우 수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답한 업체가 한 곳도 없어 수출을 매우 낙관적으로 보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처럼 올 수출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매출달성을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내수침체의 골이 매우 깊기 때문이다.
수출채산성을 나타내는 수출수익률은 증가(48%)할 것으로 내다본 경영자가 감소(44%)할 것이라는 경영자보다 많아 어느정도 환율상승 덕을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서비스·산업전자·소프트웨어·유통업계 등은 60% 이상이 수출수익률이 높아질 것으로 답했으며, 정보통신기기·가전·산업전자 등은 수익률이 오히려 작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았다.
<내년 경기전망>
IMF 경제위기의 골이 깊어지고 경기바닥권 탈출이 불투명한 가운데 전자·정보통신업계는 내년 경기전망도 상당히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보다 호전을 1백, 올해와 동일한 수준을 50, 최악을 0으로 해 경영자들에게 내년도 경기전망을 질문한 결과 내수가 평균 33.6점, 수출이 평균 39.4점이었다. 한마디로 경영자들은 현재의 경기불황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내수전망을 업종별로 보면 유통업계는 58.3으로 다소 호전될 것으로 예측했다. 소프트웨어(45.0), 컴퓨터(41.7), 정보통신서비스(34.5)업계도 다소 비관적이긴 하지만 전체 평균치보다 높아 상대적으로 밝은 전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보통신기기(32.4), 가전(30.9), 반도체·부품(30.5), 산업전자(30.0)업종은 내년 내수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보았다.
내수경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업체들은 28.1%가 「경기침체 지속」을 이유로 꼽았으며 다음으로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경기 불안정(7.9%) △실업증가(6.1%) △일본·중국경제 악화(6.1%) 등의 순으로 제시했다. 반대로 내수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업체들은 「구조조정의 가시적 성과로 경기회복」(20%), 「연말을 고비로 최악상황 탈출」(15%), 「구조조정 이후 정부의 경기부양」(10%) 등을 주요 이유로 들었다.
내년 수출에 대해서는 대체로 올해보다 나쁠 것으로 전망했으나 상대적으로 소프트웨어(45.0), 컴퓨터(41.7), 정보통신기기(41.2), 가전(39.7)업체들이 평균치를 상회하는 전망을 했다. 그러나 산업전자(39.2), 반도체·부품(39.0), 정보통신서비스(34.5), 유통(33.3) 등은 비관적으로 응답했다. 특히 50인 이하의 소기업일수록 내년 수출을 긍정적으로 전망해 첨단기술을 가진 벤처기업 및 중소기업들이 수출을 상대적으로 밝게 바라보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상황을 올해보다 부정적으로 보는 근거는 「엔화·위안화 절하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21.1%)를 최대 이유로 꼽았으며 「환율 불안정」(15.8%), 「아시아권 경기침체」(9.5%), 「전세계 경기 위축」(7.4%), 「설비투자 위축」(5.3%), 「가격경쟁력 저하」(3.2%), 「중소기업 도산으로 경쟁력상실기업 다량 전출」(3.2%) 등이 제기됐다. 이에 반해 긍정적으로 보는 경영자들은 주로 「경기안정으로 경쟁력 회복」(25.8%), 「수출드라이브정책과 기업노력」(22.6%)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전자·정보통신업계는 IMF 경제위기에 따른 총체적인 불황이 내년에 다소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대비 내년도 매출성장률 기대치가 25.6%로 나타나 전년대비 올해 매출성장률 기대치(18.1%)보다 7.5%나 앞질렀다. 업종별 내년 기대 매출성장률은 정보통신기기(39.7%), 컴퓨터(32.8%), 유통(33.7%) 등이 30%를 웃돌았다. 특히 유통은 올해 마이너스 14.2% 성장에서 내년엔 플러스 33.7% 성장할 것으로 조사돼 경기상황의 급반전을 기대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IMF체제 극복 예상 시점에 대한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48.3%가 2000년 상반기 이내로 전망, 경기하락폭이 내년에는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평균 IMF극복 예상시기는 「2000년 12월」이었으며 「99년 하반기 이내」라고 낙관하는 업체도 25.2%에 달했다. 이밖에 「2000년 상반기」가 23.1%, 「2000년 하반기」가 21.6%로 조사됐다. 2002년 이후 월드컵을 기점으로 IMF체제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답한 업체는 15.6%였다.
업종별로는 정보통신기기와 가전업계가 각각 평균 2001년 2월과 2001년 3월로 전망, IMF극복시기를 가장 늦게 잡았으며 정보통신서비스, 산업전자, 반도체·부품, 컴퓨터 등은 2000년말로 예상했다. 소프트웨어와 유통업체들은 각각 평균 2000년 5월과 2000년 6월이라고 응답, 전자·정보통신업종 가운데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했다. IMF극복 예상시기는 또 기존에 구조조정을 실시한 업체가 전망하는 극복시점이 2000년 11월로 실시하지 않은 업체(2001년 2월)에 비해 평균 3개월 빨라 구조조정이 전자·정보통신산업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는 물론 향후 경기예상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