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방송위원회·종합유선방송위원회 등 방송규제기관과 방송사간에 홈쇼핑 프로그램을 둘러싼 마찰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홈쇼핑프로그램이나 프로그램 중간에 특정회사를 선전하는 간접광고가 증가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비록 홈쇼핑프로그램은 아니더라도 단순히 상품전을 중계하거나 유사 홈쇼핑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방송규제기구의 제재를 의식해 단발성으로 홈쇼핑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이제 홈쇼핑프로그램은 지상파와 케이블TV업체뿐만 아니라 동양위성방송 등 위성방송사와 지역민방, 방송사가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 등 매체를 불문하고 확산되고 있다. 최근 종합유선방송위원회가 프로그램 공급사들의 장르 변경 신청을 마감한 결과 무려 4개사가 홈쇼핑을 선택한 것도 최근의 홈쇼핑 프로그램의 열기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홈쇼핑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방송위원회·종합유선방송위원회 등 방송규제기구들이 홈쇼핑 프로그램과 간접광고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 규제기구들은 현재 지상파 방송사들과 케이블TV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내보내고 있는 유사 홈쇼핑 프로그램이나 간접광고에 대해 시정조치나 프로그램 포맷 변경 등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으나 좀처럼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방송위원회나 종합유선방송위원회 등 방송규제기구들이 현재 가장 우려하는 것은 무분별한 홈쇼핑 프로그램의 확산이 자칫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홈쇼핑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인기 연예인을 출연시켜 상품을 선전하면 웬만한 소비자들은 그냥 넘어가 버립니다. 최근에는 아예 방송사들이 특정단체에서 주최하는 상품전을 중계하거나 방송시간을 재판매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채 무분별하게 홈쇼핑이나 상품전을 소개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습니다』 종합유선방송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홈쇼핑 프로그램에 대해 이같이 우려를 표시한다.
그러나 부도 후 홈쇼핑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있는 한 케이블PP 관계자의 항변은 하소연에 가깝다. 『케이블TV 가입자들이 홈쇼핑 채널도 아닌 채널에서 홈쇼핑 프로그램을 보내고 있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물론 당연하지요. 그러나 오죽하면 홈쇼핑 프로그램을 편성하겠습니까. 저희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홈쇼핑 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들어오는 수입으로 직원들 월급을 주고있는 형편입니다.』
그러나 방송규제기구들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홈쇼핑 프로그램 확산을 수수방관만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시청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모 PC통신서비스의 게시판을 통해 접수된 시청자 불만사항은 시청자들의 정서를 잘 대변하고 있다. 『아무리 케이블TV업체들이 힘들어도 그렇지, 여성·다큐·오락 채널 등 장르를 불문하고 홈쇼핑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내보내는 것은 좀 심한 것 아닌가요. 상품 설명도 객관적으로 해주는 것이 아니라 마치 우리상품이 최고다 하는 식으로 선전하고 있어요.』
이같은 상황에서 홈쇼핑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방송사와 이를 제재하는 방송규제기구간의 간격은 좀처럼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방송규제기구들의 제재조치들이 별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홈쇼핑 프로그램이나 유사 프로그램이 방송사의 매출증대에 기여하고 있기는 하지만 비합리적인 소비를 조장하고 방송서비스의 질저하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며 무분별한 홈쇼핑 프로그램의 확산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하고 있다.
〈장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