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판매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정수기업체들이 영업을 대행하고 있는 일부 판매업자들의 사기 및 사칭 등 비도덕적인 행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명 사업국이라고 불리는 정수기 방문판매조직은 정수기 제조회사와는 달리 독자 영업조직을 구성해 판매를 전담하거나 별도 법인체를 통해 제조업체로부터 제품을 공급받아 판매를 대행하고 있으며 방문판매원들은 급여 대신 실적당 수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방문판매는 다단계판매, 피라미드판매와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방문판매원들이 제품판매보다는 인원모집에 따른 수당에 집착하면서 많은 폐해를 낳고 있다.
정수기 제조업체들은 이같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별도의 관리조직을 두고 이들 사업국을 교육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강화해 투명한 방문판매에 적잖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부 방문판매업자들이 IMF이후 구직을 원하는 실업자들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이들을 끌어들여 연고판매를 확대하고 모집수당을 챙길 욕심으로 생활정보지에 정수기 판매가 아닌 반도체사업·환경사업 등 타 업종으로 광고를 냈다는 것이다.
결국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은 생각지도 않은 정수기 판매를 강요받게 되고 이는 가뜩이나 의기소침해진 실업자들을 두번 울리는 취업사기로 비화돼 각종 소비자단체에 고소하게 되면서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해당업체에서는 실상황을 긴급히 조사해 당장 시정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가뜩이나 내수판매가 부진한 상황에서 방문판매조직을 해체할 수도 없고 스스로도 전혀 무관한 입장이 아니어서 제대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문제가 단순히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요즘같이 판매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방문판매원들이 소득 확보를 위해 이같은 무리수를 쓸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비록 일부 업체들이 정수기 대여제를 도입하는 등 파격적인 방법으로 탈출구를 찾고 있지만 방문판매 방식의 특성상 앞으로도 이같은 문제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