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탈불황 부품유통업체 탐방 (4);삼성광전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이 IMF 한파로 매출목표를 하향조정하고 있는 요즘 탄탄한 영업기반과 응용기술력을 바탕으로 오히려 매출을 늘리고 있는 기업이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1호 대리점인 삼성광전(대표 이준협)이 바로 그곳. 이 회사는 지난 78년 삼성전자 반도체 대리점으로 출발한 이래 국내 반도체산업 성장세에 힘입어 이제는 연 5백억원대의 매출을 자랑하는 중견기업이 됐다.

 이 회사가 요즘처럼 어려운 여건에서도 성장세를 누릴 수 있는 이유는 창업자인 고 이원술 사장의 남다른 경영철학에서 찾을 수 있다. 창업당시 이 사장은 다른 유통업체들이 메모리를 선호했던 것과는 달리 마이컴·LSI 등 비메모리 시장을 집중 공략하면서 외형보다는 내실위주의 경영을 통해 비교적 외풍에 영향을 덜 받았다.

 이 때문에 이 회사는 올해로 20년 동안 삼성전자 반도체 대리점만을 고집할 수 있었으며 그 결과 현재도 마이크로 제품 매출부문에서는 다른 6개 대리점을 제치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 91년 매출 1백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이듬해인 92년 부산지사를 설립해 지방 시장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삼성광전은 93년 창업자인 고 이원술 사장이 타계함에 따라 아들인 이준협 사장이 경영을 맡았다. 이 사장은 『마이크로 영업은 시세차익만을 남기는 메모리 영업에 비해 비교적 어렵고 시일도 오래 걸리지만 한번 성사시켜 놓으면 안정적인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부품 유통업계의 필수분야』라고 강조했다.

 삼성광전이 이를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부문은 영업에 따른 인력교육과 지원이다.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라야 기술영업을 할 수 있고 영업기반이 충실해야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는 게 이 사장의 철칙이다. 영업원사원들과 벌이는 마이컴·ASIC 등에 대한 기술토론이나 세일즈 회의는 삼성광전에서는 일과로 정착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들어서면서 조직 슬림화를 단행했다. 사내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사장과 전무 외에 나머지 조직은 각 팀별로 짜서 운용하고 팀장에게 권한을 최대한 이양했다. 또 지난해말에는 네트워크를 구축해 사내는 물론 삼성반도체와도 호환이 돼 업무효율을 대폭 향상시켰으며 올 3월에는 새로운 사내 전산망 KIPS(Kwangjun Information Pipeline System)를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삼성전자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관련제품 2천여종 가운데 6백여종을 주력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4백30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는 이보다 1백20억원이 늘어난 5백5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이동통신 단말기 등 통신부문에 대한 매출이 늘었고 MP3 개발에도 관련부품을 납품하는 등 신규시장 개척에 따른 것이다.

〈박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