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크로(월마트)가 지난 23일부터 또다시 크레이지 세일을 시작했다.
이번 세일행사에서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로스리더상품에서 가전제품, 특히 국산 가전제품이 크게 줄었다.
백색 가전제품은 전혀 없고 AV제품도 소니 29인치TV와 태광 쾨헬725, 아이와 워크맨 등이 고작이다. 소형 가전제품도 마마 전기압력솥과 유닉스 헤어드라이어 등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로스리더상품으로 출시된 가전제품인 소니 29인치TV가 49만9천원, 쾨헬725가 42만9천원, 마마 전기압력솥 MPP-1000이 11만5천원에 팔리는 등 역시 가격은 파격적이다.
이번 세일과 관련해 업계 전문가들은 가전제품이 행사 타깃상품이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 고객 유인제품을 식품류에 두고 가전제품은 구색갖추기 할인제품으로 활용하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가전 3사는 우선 이번 월마트의 행사에서 자사제품이 빠진 것에 대해 안도하고 있다.
한동안 29인치TV로 고객 끌어모으기에 나섰던 월마트가 가전제품을 로스리더상품으로 내걸지 않은 것을 놓고 몇가지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추석특수에 가전 로스리더제품은 별도움이 되지 않고, 까르푸와 경쟁에 대비해 가전제품을 비축해두고 있거나 제품 확보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까르푸에 대한 대응설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까르푸는 지난달부터 벌이고 있는 월마트와 E마트의 가격파괴전에서 뒤로 밀려 창고형할인점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상태다.
따라서 다음달 벌일 세일행사에서 그동안 위축돼 있던 사세를 단번에 만회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까르푸는 이미 양질의 전자제품을 로스리더상품으로 상당량 확보했다고 알려졌다.
가전제품은 어느 제품보다 고객 유인효과가 높아 창고형 할인점간의 경쟁에서 대표적인 로스리더제품으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월마트나 E마트 역시 이같은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월마트가 이번 세일에서 가전제품을 로스리더상품에서 대부분 제외한 것은 까르푸와 일전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갖는다.
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창고형할인점에 대한 불공정 행위조사도 월마트가 가전제품을 로스리더상품으로 내놓는 것을 자제하도록 하는 요인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월마트가 적은 물량으로 고객을 유인하는 사례에 저촉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가전제품을 내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월마트의 제품확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전 3사는 마크로의 1차 크레이지세일 이후 그동안 자사 유통망의 덤핑제품 유출을 자제해왔기 때문에 마크로가 가전제품을 세일 품목으로 내놓을 만큼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가전3사는 어떤 의견이든 10월 중순 창고형할인점간 치열한 한판승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가전제품이 대표적인 로스리더상품으로 전면에 부각돼 가전사들을 곤혹스럽게 만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월마트의 크레이지 세일은 「폭풍전야의 고요함에 불과하다」는 게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박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