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가 아니라 한(寒)가위입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전자부품 관련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한 사장의 푸념이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다가오면서 중소업계의 자금줄에 비상이 걸렸다.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고 경색된 금융시장이 도무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연중 자금수요가 집중되는 추석이 바로 코앞에 다가온 탓이다.
최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전국 4백64개 중소기업을 상대로 실시한 「추석 자금 소요 전망 등에 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종업원의 상여금 지급이나 판매대금 결제 등 추석 소요자금으로 약 11조원이 필요하나 확보 가능 자금은 38.3%인 5조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들은 판매대금 회수(35.5%), 받을 어음 할인(23.3%), 금융기관 차입(14.7%), 사채급전 조달(6.3%)을 통해 해결할 방침이라고 응답했으며 16.5%는 자금을 마련할 대책이 전무한 상태다. 그러나 자금마련 대책을 세우는 업체들도 최근의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어느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이에 따라 이번 설문조사업체의 39.4%만이 추석 상여금으로 평균 기본급의 95.5%를 정상 지급하거나 다소 줄여 지급할 계획이라고 답했으며 나머지 60.6%는 지급이 불가능하거나 지급 여부조차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결국 이번 추석에는 경영자는 경영자대로 종업원은 종업원대로 사상 유례없는 우울한 추석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가위는 경영자에겐 「寒가위」지만 근로자들에겐 「恨가위」가 될 것 같습니다.』 한 중소기업 종업원의 탄식에서 IMF이후 첫 추석의 냉기가 어느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