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0)

 형과 여자는 다시 숲속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나를 향해 한 손을 흔들었다. 방정맞은 여자 같으니라구. 나는 그녀가 후에 형수가 되지 말아줄 것을 기원했다. 형이 여자를 자주 바꾸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없지만, 첫인상부터 좋지 않은 여자가 형수가 된다는 사실은 싫었다. 형은 방탕스럽기는 하지만 비교적 착한 편이다.

 그는 고등학교 다닐 때 서클활동을 하다가 다른 학교 클럽과 패싸움에 휘말려든 일이 있었다. 그때 무기정학을 받은 이후로 아예 학생 깡패 노릇을 했다. 그러나 그는 클럽의 선두에 나서는 일은 없었고, 주먹을 휘두르지도 않았다. 않았는지 못했는지는 모르지만, 항상 뒷전에 서서 어울리기만 하였다. 형이 악명을 떨쳤다고 해도 모두 그 자신의 행위만은 아니었다. 형의 나쁜 친구들이 그를 악당으로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형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이 없었다.

 형과 여자가 숲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나는 천천히 언덕을 내려갔다. 그때 다시 숲속에서 괴상한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것은 남녀가 다투는 소리였다.

 걸음을 멈추고 소리가 들리는 숲을 살폈다. 잎이 없이 가지만 앙상한 숲이었으나, 나무가 가득 들어서 있는 데다, 어두워서 안은 전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소리가 조금 전에 들은 바 있는 형과 그 여자의 교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다시 한 번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 불쾌 속에 불청객처럼 나타나는 욕정을 억제하기 힘들었다. 나는 무척 젊고, 상상만으로도 몸이 휘청거리는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근친상간이라도 하는 부정한 기분으로 조금 전에 보았던 그 천박한 여자를 떠올렸다. 그 여자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떠올린 것이 아니다. 앞가슴이 파헤쳐진 허연 젖가슴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벌어진 입술을 떠올리고 있었다.

 흥분이 되어 나는 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 나는 어둠에 덮인 숲 한 쪽에 서서 바지 지퍼를 내리고 그것을 꺼냈다. 밖의 공기는 차가웠지만, 내 그것을 식히기에는 부족했다. 어둠 속에 오줌을 갈겼지만 흥분한 기운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마침, 숲속에서 들리는 교성은 절정에 올라가고 있었다. 나는 상상 속에서 형의 여자를 범했다. 그리고 그 찌꺼기를 숲 속에 쏟아부었다. 그것은 마치 나의 욕망과 부조리한 정서를 한꺼번에 토해내는 출구였는지 모른다.

 나는 말할 수 없는 불쾌감과 죄의식 속에서 걸음을 옮겨 집으로 돌아왔다. 대문으로 다가가면서 귀를 기울였지만 집안은 조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