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한 "MP맨" 신모델 출시시기 왜 연기했나

 차세대 휴대형 디지털 오디오기기로 주목받고 있는 MP3플레이어가 가격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계 최초로 MP3플레이어인 「MP맨」을 개발한 새한정보시스템은 최근 발표하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전자수첩기능을 채택한 플래시 메모리 타입의 고급형 모델 「MP-F30」과 2.5인치 하드디스크를 내장한 대용량 모델 「MP-H10」 등 2개 모델의 출시 일정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이들 모델은 당초 9월말께 출시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런데 새한정보는 분명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신모델의 출시 일정을 무기한 보류했다. 대신에 기존 모델의 값을 10% 인하한다며 팬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MP맨의 지지자임을 밝힌 한 네티즌은 『가격문제를 해결한 신모델을 서둘러 출시하지 않는다면 자칫 우리나라가 애써 개척한 MP3플레이어 시장을 외국 경쟁업체들이 선점할 수도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현재 많은 MP맨 팬들은 새한정보가 시장 붐 조성을 위해 애써 개발해 놓은 신모델의 출시 일정을 돌연 연기한 속사정에 궁금증을 나타내고 있다.

 새한정보측의 이유인즉 이렇다. 원가의 60%를 차지하는 플래시 메모리 등 부품가격이 워낙 비싸 현재로선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격대에 제품을 출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 시판중인 모델도 마진을 전혀 남기지 않은 채 홍보차원에서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모델의 경우 플래시 메모리 값이 떨어지는 내년 상반기쯤이나 시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게 새한측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에선 『현재의 플래시 메모리 값을 감안해 볼 때 신모델의 소비자가격을 50만원대(64MB 용량 기준) 이하로 낮추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이 가격대에 신모델을 출시하면 오히려 가격저항에 부딪혀 지금까지 애써 구축해 놓은 MP맨의 이미지만 손상시킬 뿐』이라고 지적한다.

 『휴대형 MP3플레이어를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니 너무나 자랑스럽다. 일본 워크맨의 신화를 재현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말로 갖고 싶다. 하지만 값이 너무 비싸다. 이번 신모델만은 값을 대폭 낮춰주었으면 좋겠다. 현재의 가격이라면 차라리 워크맨과 CD플레이어를 둘 다 장만하는 게 낫다』는 것이 MP맨 지지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물론 새한정보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제품개발에 주력한 새한도 앞으로는 제품의 보급확대를 위해 원가절감 및 판매에 모든 역량을 쏟을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플래시 메모리 값이 떨어지지 않는 한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게 새한측의 입장이다.

 현재 플래시 메모리는 삼성전자만이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이 메모리의 주 수요처는 기껏해야 디지털카메라와 MP3플레이어 단 두 곳뿐이다. 수요가 많아야 생산을 늘리고 그래야만 값이 떨어질텐데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금 상황에서 유일한 해결책은 플래시 메모리 값이 떨어지거나 MP맨의 수출을 대폭 늘리는 길밖에 없다. 새한이 현재 신모델을 앞세워 수출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어느정도 수출물량을 확보하면 내수가격도 상당부분 낮출 수 있다는 게 새한측의 설명이다.

 새한정보의 한 관계자는 『메모리 값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내년 상반기 이후 소비자들이 원하는 가격대에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상품인 만큼 소비자들이 조금만 참고 기다려 줄 것을 당부했다.

〈김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