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에서 경쟁력 강화까지.」
아웃소싱의 이같은 슬로건이 갈수록 힘을 얻어가고 있다. 공공기관, 금융권, 기업들의 구조조정 분위기가 본궤도에 오른데다 최근 들어 정부 전산운영을 민간에게 위탁하는 것을 법제화할 움직임을 보이자 아웃소싱은 이제 시스템통합(SI)의 새로운 화두로 급부상중이다.
특히 최근 들어 정보기술(IT)이 기업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전산실 업무를 통째로 맡기는 「전산 아웃소싱」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얼마전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SK와 대한항공이 IBM과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키로 했다고 동시에 발표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보여준 단적인 예다.
그간 굳게 문이 닫혀 있었던 국내 아웃소싱이 올 들어 대문을 활짝 열고 있는 것은 현재 사회 전반에 불고 있는 구조조정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아웃소싱이 갖고 있는 경제적·기술적 장점이 우리기업의 고질병으로 지적돼온 고비용·비효율의 경영구조를 일시에 치유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아웃소싱은 인력구조 조정과 경비절감 이외에도 전문기술업체의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해 선진기술 습득은 물론 장기적인 정보기술의 비용절감, 그리고 기기교체 등으로 인한 일시적 집중투자를 피하면서 제한된 경영자산을 핵심사업에 집중할 수 있다.』(한국IBM 최종진 이사)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 환경이 경기침체가 아웃소싱 확산을 자극했던 지난 80년대 말 미국과 흡사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경영실적 악화에 대응해 대다수 기업들이 정보시스템부문의 원가절감 방안을 채택하게 되는데 이럴 경우 시스템부문의 투자감소는 물론 아예 이 부문 전체의 매각을 고려한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이 정보통신부문을 매각하고 아웃소싱을 선택함으로써 자산의 매각이익, 시스템 운용비 및 인건비의 절감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M&A도 아웃소싱을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꼽는다. 기업간의 매수합병시 기존의 서로 다른 정보시스템의 통합은 큰 장애가 된다. 아웃소싱은 바로 이 같은 어려움을 효율적으로 해결해 주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하나의 현실적인 이유는 정보시스템 부문의 효율성 향상에 대한 기대감이다. 자사의 정보시스템 부문이 지속적인 투자에 비해 효율성 면에서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한 상당수의 경영자들이 아웃소싱을 통해 이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최근 들어 자주 표명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아웃소싱 시장규모가 늦어도 1∼2년 안에 제조부문 1조5천억원, 유통부문 1조2천억원, 공공부문 6천억원, 금융부문 3천억원 등 총 3조6천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SI업체와 IBM 등 해외유력 IT업체간 시장선점 노력도 치열하다. 삼성SDS, LG-EDS시스템, 현대정보기술, 동양시스템하우스, 농심데이타시스템 등 국내 대형, 중견 시스템통합(SI)업체들과 IBM, 왕글로벌, 지멘스, 플래티늄테크놀로지 등 해외 업체들은 공공기관, 금융권, 일부 대기업을 중심으로 뚜렷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는 아웃소싱시장 선점을 위해 전담팀 구성 및 통합전산센터를 활용한 서비스 확대 등 아웃소싱사업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삼성SDS, LG-EDS시스템, 현대정보기술, 쌍용정보통신 등 대형 SI업체들은 시스템 설비관리를 비롯, 재해복구와 2000년 연도표기(Y2k) 문제 해결 등을 중심으로 공공, 금융권 정보시스템 아웃소싱에 초점을 맞추고 전담팀 조기가동은 물론 선진 해외업체와의 협력체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또 2000년 이후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장을 주력으로 한 중소기업 전산시장 확대에도 눈독을 들이고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중이다.
반면 국내에 진출한 IBM, HP, 후지쯔, 지멘스, 유니시스 등 해외 IT업체들은 관련조직의 확대개편과 함께 국내업체 인수를 통한 아웃소싱사업의 교두보 마련을 적극 추진중이다. IBM 등은 이를 위해 글로벌서비스 조직을 총가동해 이번 SK와 대한항공에 이어 대규모의 금융권 아웃소싱을 연내에 성사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대다수 해외 업체들은 시스템보다는 서비스와 컨설팅사업에 비중을 높여 국내 SI업체와 한판 승부를 겨룬다는 전략이다.
정보시스템의 수준이 기업경쟁력을 가름하는 정보시대를 맞으면서 이제 아웃소싱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비용절감 측면이 강조된 소극적인 아웃소싱보다는 이를 경영혁신의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는 적극적인 아웃소싱 마인드가 절실한 시점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김경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