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공작기계가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이 있으며 따라서 수출시장 개척도 우리의 노력에 따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최근 무역투자진흥공사의 해외시장 보고서는 가뭄에 단비처럼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IMF사태로 내수시장의 침체가 장기간 계속되면서 대표적인 공작기계업체인 K선반 등 20여개사가 문을 닫았고 국내 공작기계 시장을 주도하던 7대 주요 업체들마저 외자유치·매각·인수합병·조직축소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와중에 공작기계 수출전망이 밝다는 이같은 조사보고서는 그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라 아니할 수 없다.
무공이 해외 현지조직망을 통해 분석한 이 조사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공작기계 수출 유망지역으로 미국·독일·일본·프랑스·캐나다·태국·덴마크·UAE·체코·크로아티아·아르헨티나 등 내수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11개국을 꼽았는데 이는 현지의 상당수 바이어들이 국산 공작기계의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내수시장의 침체를 만회하기 위해 해외시장 개척에 사활을 걸고 있는 공작기계업계로서는 국산 공작기계가 경쟁력이 있고 따라서 수출확대가 가능할 것이라는 이같은 해외시장 동향보고는 일단 낭보임에 틀림없다. 결과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그동안 일부 업체들의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비난을 감수하며 추진해 왔던 해외시장 개척활동에 서광을 비추는 좋은 조짐으로 풀이되고 있다.
보고서는 또 국내 공작기계업계가 집중 공략해야 할 시장으로 미국·독일·일본·프랑스 등 주로 공작기계 분야의 선진국들을 선정했다는 점도 우리의 관심사항이다. 미국의 경우 기계류 산업이 단기적으로 2.5%, 중장기적으로는 1∼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시장이 안정적이고 국산 공작기계의 가격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업계가 집중 공략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시장의 21%를 차지할 정도로 기술력이 우수한 독일의 경우 외국산 제품 구입에 따른 지원정책은 없으나 기계산업 생산율이 지난해 4%에 이어 올해도 6% 정도의 증가가 예상되는 등 기계설비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은 무세(0%)를 적용할 정도로 기계류에 대한 수입규제가 없으며 자동차·가전·전력 등 대규모 장치산업체들이 가격경쟁력 강화 방안의 하나로 부품의 해외조달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도 금융·통화 위기로 제품가격이 약 30% 하락한 아시아산 공작기계 구입을 적극 권장하고 있는 프랑스와 최근 3년간 머시닝센터의 수입이 꾸준히 증가한 캐나다 그리고 태국·덴마크·UAE·체코·크로아티아·아르헨티나 등도 우리 공작기계업계가 집중 공략해 나가야 할 국가들로 지적되고 있어 앞으로 수출확대에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그러나 국산 공작기계의 수출확대를 위해서는 현지에서 요구하는 품질기준의 확보문제를 비롯해 제품모델의 다양화, 애프터서비스(AS) 및 판매망 구축 등 넘어야 할 걸림돌이 많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미국시장에서는 우리보다 기술 및 품질이 앞서는 일본은 물론 저가공세를 펴고 있는 대만 및 중국산 제품의 공세를 물리쳐야 하며, 구매처의 품질기준이 엄격하고 AS 및 판매망 구축이 필수적인 일본시장 진출도 만만치는 않다.
또 제품모델의 다양화와 함께 일본·독일 등 선진국과 기술격차가 큰 설계 및 정보처리 기술, 정밀 가공분야 기술, 신소재 개발 및 처리 부문의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가격과 품질이 비슷할 경우 기능을 중시하는 바이어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제품 개발전략도 필요하다. 특히 부품조달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 치명적이라는 점을 감안, 규격화된 부품 채택률을 대폭 높여야 한다.
기로에 선 국내 공작기계업계가 살아남기 위해 최근 수출시장 개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고 이에 따라 조금씩 서광이 비추고는 있으나 아직까지 갈길이 멀다.
「기계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공작기계산업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이자 자본재산업으로 개별기업 차원에서 육성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최악의 기업경영 환경에서 모처럼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국내 공작기계업계의 노력이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많은 관심과 다각적인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