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날로 치솟는 케이블TV의 독점적인 요금체계를 규제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각종 요금인상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매년 전체 물가상승률의 4배에 이르는 8%씩 오르는 케이블TV의 요금체계에 대해 정부가 아닌 의회에서 본격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사실 미국 케이블TV의 요금체계에 대해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92년 미 의회가 케이블TV의 독점적인 요금체계를 규제하기 위해 억제법안을 발효시켰으며 연방통신위원회(FCC)도 이 법안의 통과로 합리적 요금체계가 유지될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6년이 지난 현재 이 같은 기대가 물거품처럼 사라지자 전문가들이 지난 92년 만든 케이블TV법의 실패를 조심스럽게 거론하기 시작했으며 케이블TV 요금에 대한 또 다른 규제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의견을 활발히 개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92년 케이불TV법이 궁극적으로 실패한 첫번째 요인으로 의회와 감시집단간의 부주의와 관리감독 소홀을 꼽고 있다. 일례로 92년 케이블TV법과 관련된 FCC의 규칙들은 케이블TV 운영자들이 프로그램 구입과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여러가지 비용 등을 가입자들에게 부담시킬 수 있는 길을 터 줬다는 것이다.
의회 역시 부분적이나마 규제실패에 대한 책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96년 케이블업계의 로비로 의회는 오는 99년 3월말부터 케이블TV의 요금규제를 철폐한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당시 대체적인 생각은 99년께에는 전화회사들이 다채널 영상사업에 본격 뛰어들어 케이블TV산업과 경쟁체계에 들어가 케이블TV 요금에 대해 더 이상 규제가 필요치 않으리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예측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공화당의 빌리 타우진 하원의원은 『지역·장거리 전화업체간 상호진입을 금지한 FCC의 결정이 케이블TV에 대한 전화회사들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고 주장하면서 『전화회사들이 케이블TV 등 신규사업에 뛰어들기보다는 자기네끼리 싸우는 데만 열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일부 케이블TV 운영사업자들이 가입자가 별로 원하지 않는 프로그램을 추가시키는 방법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비판하고 있다. 공화당의 존 맥케인 상원의원은 『케이블TV 운영사업자들이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과정에서 네트워크업체들보다 평균 4배 정도의 고비용을 쓰고 있으며, 이는 명백히 FCC의 규칙에 따라 경쟁자들에게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팔 때 더 높은 가격을 받으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고 힐난했다.
이처럼 케이블TV 요금에 대한 비난여론이 점차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공화당의 타우진 의원과 민주당의 에드 마키 하원의원은 최근 케이블TV 요금체계를 합리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법안을 의회에 제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법은 케이블TV 운영사업자들이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 패키지를 가입자들에게 제시토록 해 실질적으로 요금을 인하시키는 효과를 거둘 목적에서 제안됐다. 따라서 만약 케이블TV 운영업체가 가입자들이 프로그램 패키지들에 대해 「받아들일 만한 선택범위」를 제공치 않는다면 해당업체에는 99년 3월말 이후의 요금규제 혜택을 주지 않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맥케인 의원은 이와 별도로 요금인상을 억제할 수 있도록 경쟁을 촉진하는 새로운 법안을 구상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케이블TV산업과 관련해 경쟁유발을 어렵게 하고 있는 요인들을 제거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케이블TV 운영사업자들은 서비스 요금인상률이 전체 물가상승률에 비해 높았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들은 스포츠나 영화방영료, 방송에 필요한 장비 등의 가격 등이 음식값 등 소비자들의 일반상품 가격과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프로그램 선정과 관련해 전미케이블TV협회(NCTA) 스콧 브로일스 대변인은 『케이블TV 운영자들은 가입자들이 원하는 프로그램들만을 새롭게 제공하고 있다』면서 『만약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케이블TV 시청자들의 증가현상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차트커뮤니케이션의 제리 켄트 회장은 『의회와 대화를 계속해야 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어떤 형태의 요금규제도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케이블TV 산업계의 역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을 의회가 이해하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커스 케이블의 제프 마커스 회장은 『정부가 주안점을 두는 것은 직접적인 규제가 아니라 경쟁을 북돋우는 것이어서 디지털 서비스가 개시되면 요금문제는 중요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애써 낙관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이블TV 운영사업자들은 의회의 이 같은 잇단 제동에 바짝 긴장하고 있으며 이 위기를 어떻게 하면 잘 넘길 수 있을까 고심하고 있다. 이들 사업자들은 케이블TV 요금에 대한 실질적인 규제조치가 올해보다는 내년에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의회를 설득해 나갈지 궁금하다.
〈자료=방송동향과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