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자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원격제어 에어컨」 개발사업에 가전업계의 참여를 강력히 요구해 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개발·보급을 추진하고 있는 원격제어 에어컨은 한여름철에 발생하는 일시적인 전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에어컨 내부에 제어회로와 연계된 수신장치(무선호출기)를 부착해 전력비상시 에어컨 사용을 제어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그러나 이는 소비자들이 에어컨 사용을 일방적으로 제어당하는 불편을 전제로 하고 있어 에어컨 수요를 크게 위축시킬 것이 뻔한데다 한전측이 모든 부담을 제조업체에 떠넘기려 하고 있어 업체 대부분이 참여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전이 추진하고 있는 원격제어 에어컨 개발사업과 관련, 일부 업체는 아예 공식적으로 참여를 거부하는 등 에어컨을 생산하고 있는 대부분의 가전업체들이 프로젝트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한전이 또다시 업체들에 개발사업 참여를 요구하면서 다른 사업과 연계해 불이익이 갈지도 모른다는 발언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전측이 요구하는 대로 원격제어 에어컨을 개발, 판매해서는 제조업체측에 불리한 점이 많은 반면 이득이 되는 부분이 거의 없어 이번 개발사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 한전측에 전달했음에도 한전측이 계속 참여해줄 것을 요구해오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다른 업체의 관계자는 『한전측의 무리한 요구로 한전측이 먼저 제조업체 및 소비자들에 대한 메리트 등 보급촉진방안을 포함한 정책방향을 확정하고 나면 추후에 결정하겠다고 전했다』며 『처음에는 한전측의 요구대로 원격제어 에어컨을 1년 가까이 개발하기도 했으나 당시 한전이 말도없이 계획을 중단한데다 개발계획을 너무 자주 바꾸는 등 정책방향도 마련하지 못해 믿음이 가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업체들이 한전측의 원격제어 에어컨 개발사업을 기피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한전이 수신장치를 에어컨에 내장할 것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원격제어 에어컨 보급을 통한 전력난 해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원격제어 에어컨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겪을 불편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하고 또 기업들에는 수신장치를 두꺼비집처럼 외장형으로 제작해 한전이 기존에 보급된 에어컨에까지 달아줌으로써 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등 획기적인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전측은 이같은 전제조건은 도외시한 채 내장형만을 고집해 편하게 앉아서 실적만 쌓겠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따라서 한전이 원격제어 에어컨 개발사업을 제대로 추진해 당초 의도했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제조업체들의 참여만 요구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확실한 정책방향을 마련해 업계의 참여를 유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순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