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한가위 영상 프로그램> 어느 극장이 좋을까..

 영화관객들의 관심사가 「어떤 영화를 볼 것인가」에서 「어느 영화관이 편안한가」로 바뀌고 있다. 이는 영화관들이 복합상영관화하면서 한 영화관에서만 적게는 3개 작품, 많게는 11개 작품까지 선택할 수 있는 등 작품선택의 폭이 넓어진 데서 비롯된 결과다. 중추가절, 차례와 성묘를 마친 후 한가한 오후 및 저녁시간을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보낼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영화관람을 들 수 있지만, 관람환경이 불편한 나머지 기분을 상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영화관들은 평균 신장을 가진 성인 남자가 2시간여를 참아내기 힘든 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도 몇몇 영화관은 좁은 좌석, 앞사람의 머리 때문에 가리워지는 시야, 명확치 않은 대사전달(음향)로 관객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그러나 최근엔 주요 영화관들이 복합상영관화 및 시설증대를 통해 거듭나고 있다.

 우선 제일제당이 호주의 멀티플렉스(스크린 수 6개 이상의 대형 영화관) 전문회사인 골든빌리지와 공동으로 서울 구의동 테크노마트 내에 세운 「CGV강변11」은 그 규모와 시설에서 국내 최고의 영화관으로 꼽을 수 있다. 지난 4월 개관한 이 영화관은 무려 11개에 이르는 스크린(좌석 1천9백26개)을 활용해 각 스크린간 상영시간 격차를 15∼20분내로 조정, 관객이 상영시간에 쫓겨 허둥대거나 시간을 놓쳐 2시간 넘게 기다릴 필요가 없도록 배려했다. 좌석이 민간 항공기와 버금가는 수준이고 관람 시야가 시원하며 디지털 사운드시설도 갖추고 있다. CGV11에는 서울 광진구 일대의 가족 단위 관객들은 물론이고 경기도와 수도권에서까지 관객들이 찾아오는 등 평균 좌석점유율 40% 이상을 기록하며 성공하고 있다.

 작년 12월 현대방송이 스크린 3개, 좌석 8백92석 규모로 서울 압구정동에 개관한 「씨네플러스」도 편안함에서 강점을 가진 영화관이다. 좌석 앞뒤 간격이 1m로 넉넉하게 확보됐고 머리받이를 갖췄으며 디지털 음향을 제공한다.

 삼성이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플라자(옛 동방플라자)에서 직영하는 영화관 「씨넥스」(97년 11월 개관)는 비록 1개 스크린을 가진 단일관이지만 디지털 음향시설, 좌석 앞뒤 간격 1.05m, 관객이 원하는 자리를 선택할 수 있는 편리성 등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코아아트홀이 운영하는 서울 종로 1가 「씨네코아」(97년11월 개관)의 경우도 3개 스크린·관람 시야·디지털 음향 등 관객에게 쾌적한 시설을 제공하고 있고, 최근 2개 스크린 복합관으로 변모한 「단성사」도 관람환경이 크게 개선됐다. 이외에 「키네마」 「허리우드」 「씨티」 「스카라」 「티파니」 「동숭씨네마텍」 등의 영화관들이 비교적 좋은 관람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제일제당이 2001년까지 수원·일산·분당·부산·광주·청량리 역사 등에 총 1백개 스크린을 확보할 계획이고, (주)대우가 서울 삼성동 아셈컨벤션센터에 16개관 4천5백석 규모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준비중이며, 삼성이 분당 삼성플라자 서현점에 5개관 2천석 규모의 영화관을 99년 하반기에 개관할 예정인 등 「편안한 영화관」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