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정부의 교육정보화사업은 여러 가지 잡음에도 불구하고 학교현장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도 현직 교사들의 인식전환이다. 재정지원이 열악한 상태에서 교육정보화에 선도적인 역할을 한 교사들에게 우선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제는 컴퓨터 환경이 꿈속의 그림이 아니기 때문에 대다수 교사들이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의 의지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교육정보화정책은 상당한 난항을 겪고 있다. 물론 예산문제가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사업비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야 무슨 사업인들 제대로 되겠는가.
최근 정부는 급증하는 실업문제에 대해 다종다양한 응급조치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 실업구제의 효과가 얼마만큼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대부분의 재취업 교육이나 단순 근로사업 등에 투여되는 실업기금은 산업이 활성화하지 않는 한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게 일관된 비판의 논점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정보통신부가 중소 소프트웨어(SW)기업의 신규채용에 대해 교육훈련비를 지원하는 정책은 일단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인력을 확보해 SW를 개발한다 해도 실제 판매할 곳이 없다면 큰 낭패일 것이다. 현재 교육용 SW를 개발하는 업체들은 국내에 대략 50여곳 정도이다. 97년 1월의 조사에서 1백여개에 달했던 업체들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유는 당연히 판매부진이다. 이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는 여러 각도에서 생각할 수 있다. 시장경제 원리의 당연한 귀결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이 문제를 단순 시장경제 원리에만 맡기기에는 곤란한 점이 있다. SW개발은 제조업이 아니라 사람의 머리로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초등학생이 대학교 수학문제를 풀 수 없듯이, 교육용 SW를 5년여간 개발해온 업체들이 모두 사라지고 난 후 새롭게 SW를 개발하려 한다면 그 수준은 다시 5년 전으로 후퇴할 수밖에 없다.
특히 교육용 SW는 우리 사회의 교육과 문화구조에 강하게 규정받는 분야이므로 임의적인 대체가 불가능하다. 업체와 사람이 사라지는 것은 그간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HW분야와는 성격이 현저히 다르다.
교육부는 올해 1백억원의 교육용 SW 구매예산을 책정해 각급 학교에 배정, 집행하고 있다. 일반 소비자의 수요가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학교의 수요는 업체에 가뭄 끝의 단비와 같다. 하지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HW 관련예산에 비하면 1백억원이라는 예산은 사실 터무니 없다고 할 수도 있다. 돈만 있다면 HW는 언제든 확보할 수 있지만, SW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SW산업 중 독창성을 확보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분야는 그리 많지 않다. 교육용 SW는 그중 가장 전망이 높은 부문으로 꼽히고 있다. 이제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할 때다. 현재까지 학교에 보급된 장비들이라도 유용하게 활용하면서 컴퓨터 활용교육의 모델을 개발하고, 그에 요구되는 SW분야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그렇게 가도 늦지 않다. 아니 올바른 수순이고, 가장 빠른 길이다.
〈교육용소프트웨어개발사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