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시 신주쿠구에 위치한 미쓰이빌딩 1층. 이곳에는 일본의 시계 및 프린터 제조업체인 세이코엡슨(대표 히데아키 야수카와)의 이미지 갤러리 「엡사이트」가 카메라업체인 펜탁스사의 이미지 갤러리와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엡사이트」는 엡슨이 자사의 첨단 프린터기술을 대내외에 홍보하기 위해 개설한 전략적 요충지. 이곳에 전시된 이미지들은 일본의 유명 사진작가들이 촬영한 작품들이며 특히 전시된 이미지 모두가 인화지로 현상한 사진이 아니라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해 엡슨사의 잉크젯프린터로 출력된 작품이어서 관람객들의 흥미를 끈다.
엡슨이 「엡사이트」를 개설한 목적은 두가지다. 첫째는 자사의 첨단 디지털기술을 홍보하기 위한 것이다. 「엡사이트」에 전시된 작품들은 내용이나 형태 어느 것에서도 펜탁스사의 이미지 갤러리에 전시된 사진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고품격을 자랑하고 있다.
또 다른 목적은 전문사진작가들로부터 디지털 이미징기술에 대한 정보수집을 하기 위한 창구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본 엡슨의 한 관계자는 『엡사이트는 엡슨의 기술연구소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사진작가들이 느끼는 디지털 이미징기술의 취약점을 수집해 이를 기술개발에 반영하기 위해 엡사이트를 개설했다』고 설명한다. 이 회사가 첨단기술 개발에 얼마만큼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세이코엡슨의 첨단기술에 대한 도전은 이 회사의 역사가 증명해준다. 1881년 하토리사로 출발한 세이코엡슨은 세이코 시계로 유명한 정밀기기 제조기술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프린터·디지털카메라·스캐너 등의 컴퓨터 주변기기뿐 아니라 반도체·LCD 및 각종 전자부품과 정밀시계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지난 68년에는 「EP101」이란 세계 최초의 소형 프린터를 개발한 이후 컴퓨터 관련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했으며 75년 엡슨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본격적인 프린터사업에 나섰다.
세이코엡슨은 80년대 이후 초정밀 프린터기술 개발에 사력을 모아 최근 「피에조 인쇄방식」이라는 엡슨만의 독특한 기술을 개발했다. 「피에조 인쇄방식」이 적용된 엡슨의 잉크젯프린터인 「스타일러스700」은 잉크젯프린터로는 최고 해상도인 1천4백40dpi의 성능을 갖고 있는 제품으로, 한국엡손이 올하반기 주력모델로 선정한 제품이다.
일본엡슨의 핵심기술 연구개발부를 총괄하고 있는 미노루 우수이 부장은 『피에조 인쇄기술의 핵심은 빠르게 인쇄할 수 있으며 거의 완벽한 방수기능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현재 기술연구소에서는 프린터로 인쇄한 종이의 단점인 도트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시장을 가격대별·사용자별로 세분화해 공략하기 위해 각 계층의 구미에 맞는 다양한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에게 고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피에조 인쇄방식을 더욱 향상시키고 있으며 특히 출력물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듀퐁사와 기술협력관계를 맺고 특수용지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엡슨은 또 일반인들에게는 인쇄속도가 빠른 제품이 경쟁사와의 차별성을 확보하는 핵심이라고 보고 빠른 인쇄속도기술을 구현한 제품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1조6백엔의 매출을 올린 세이코엡슨은 기존 사진시스템과 경쟁할 수 있는 최첨단 디지털 이미징사업을 확대해 21세기 이미징기술을 주도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어 이 회사의 향후 움직임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쿄=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