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대중화 10년" 결실과 전망

 한국영상음반유통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프로테이프시장은 97년말 현재 프로테이프 대여점 판매 2천3백억여원, 대소비자 직판 1천4백억여원 등 총 2천7백억여원에 이르렀다. 대여회전율에 따른 일선 비디오대여점의 매출 추산액 7천억여원을 감안하면 약 1조원의 프로테이프 관련시장이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시장규모는 지난 88년을 기점으로 10년여간 성장 및 대중화의 길을 걸어온 데 따른 결실이다. 물론 97, 98년 경제한파로 프로테이프 판매 및 대여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기는 하지만, 업계는 이를 지난 10년동안 성장·성숙기를 달려온 비디오산업이 숨을 돌려 거품제거 및 안정화로 접어드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아직 전체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지난 93년 5백억원대로 시작된 소비자 직판용 비디오시장이 경제한파에도 불구하고 96년 1천2백억원대, 97년 1천4백억원대로 성장했고 올해도 소폭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전체적인 시장은 줄고 있으나 내실은 튼튼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프로테이프산업은 81∼85년 태동기를 거친 후, 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한미통상협정 체결을 계기로 비디오 붐이 조성돼 87년 대우·삼성·선경·금성 등 당시 국내 대기업 및 외국직배사들의 시장진출을 유도했다. 88년에는 VCR 보급대수가 TV수상기 보급대수의 21.2%인 2백21만대에 이르면서 본격적인 대중화의 길을 걸었다.

 당시 비디오대여점 수는 1만8천여개에 달했고 외국영화 1천3백57편과 국산영화 1백77편 등 총 1천6백73편의 비디오가 출시돼 약 7백80억원대의 판매시장을 형성했다.

 이후 모든 부문의 급성장세가 이어져 94년에는 VCR 보급률 80%(8백29만대), 비디오대여점 3만5천여개, 총 출시편수 2천4백55편, 판매시장규모 2천8백17억원대에 이르는 등 최고점에 이르렀다.

 그러나 95년부터는 포화상태에 이른 대여점 수와 출시편수로 인해 거품이 빠지기 시작, 판매시장 규모가 2천6백76억원으로 하락했고 97년에는 다시 2천3백억원대로 급락했다.

 올해에도 하락세는 이어져 비디오대여점 수 2만개 이하, 판매시장은 2천억원 안팎에 머물 전망이다.

 그러나 VCR 보급률은 95년 85%(8백54만대), 96년 87%(9백3만대), 97년 90%(1천40만대)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등 소비자들의 비디오 잠재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에 근거해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의 비디오시장 위축세는 거품제거 및 시장 안정화와 함께 소비자들의 구매욕구가 다양화(소비자 직판 비디오의 성장)돼 비디오시장의 체질이 바뀌는 현상으로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고 말하기도 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올들어 거품제거현상이 일단락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금강기획)·제일제당과 같은 대기업들의 비디오업 신규진출이 주춤하고 메이저 프로테이프 제작·유통업체였던 SKC의 비디오사업이 한동안 불투명한 틈을 타 대우(세음미디어·우일영상), 삼성(스타맥스), 새한(DMV) 등 「빅3체계」가 형성됐다.

 비디오 제작·판매 루트가 줄어들면서 「밀어내기」와 「꺾기」 등 유통상의 부정적인 관행들도 점차 사라지는 등 시장 안정화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물론 시장과점 가능성이 우려되고는 있지만 상품 수요보다 공급처가 많아 시장의 포화 및 과열경쟁을 거듭하던 혼란기(93∼96년)의 폐단은 사라지는 모습이다.

 앞으로 「빅3체계」가 비디오 제작 및 유통업계의 숙원인 「공동물류」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업체들의 도전과 옛 업체(SKC 등)들의 재도전으로 또다른 형태의 중흥기를 맞이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