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지역 유수의 전자관련 전시회인 「제18회 홍콩전자전(Hong Kong Electronoics Fair 98)」이 13일부터 16일까지 4일간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홍콩무역발전국이 주최하는 이번 홍콩전자전에는 우리나라와 주최국인 홍콩·중국·대만·일본·미국·독일 등 전세계 19개국에서 1천3백55개 업체가 참가, 3만7천5백20㎡ 규모의 전시장에서 AV기기를 비롯한 가전제품·컴퓨터·멀티미디어기기·통신장비·보안경비시스템 등 각종 전자관련 제품과 기술들을 대거 선보일 계획이다.
아시아지역의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참여업체 수가 지난해(20개국, 1천1백50개 업체 참여)보다 18% 늘어난 19개국 1천3백55개란 점은 이 전시회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물론 전시규모에 걸맞게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도 대거 몰려든다. 전시회 주최 측은 지난해 3만여명에 이어 올해 최소 4만명 이상의 바이어들이 전시장을 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 전자관련 업체들이 중국과의 교역을 위한 제1 창구로 홍콩을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경기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전시회 참가 등 해외마케팅 강화를 통한 수출확대에 주력하고 있어 이번 전자전을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홍콩전자전의 가장 큰 특징은 컴덱스·세빗·CES 등 세계적인 전자전이 첨단 기술의 경연장인 것과는 달리 이미 상용화된 기술을 바탕으로 중저가 제품 위주의 「구매의 장」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전시회만 하더라도 최첨단 멀티미디어관의 전시품은 일본 소니사의 홍콩법인이 출품한 DVD와 CD체인저에 불과했으며 TV·오디오·주방가전·일반부품 등 일반 가전제품이 주류를 이뤄 규모와는 달리 볼 거리가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으나 참가업체들의 상담 및 수주실적은 어느 전시회보다 높았다는 것이 참가업체들의 일치된 견해였다.
또한 신기술의 산실인 일본전자전이나 부품소재기술을 앞세운 대만전자전, 대기업 위주의 한국전자전과는 차별화된 홍콩전자전은 홍콩이 중국 본토로 귀속된 이후 아시아 경제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르는 데 그치지 않고 거대시장인 중국 진출의 「우회로」로서 최근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물론 미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벨기에·오스트리아 등 서방선진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멕시코·모로코·터키 등 제3세계 업체들의 전시회 참여 열기도 뜨거운 편이다.
이같은 객관적 평가를 바탕으로 주최 측인 홍콩무역발전국 관계자는 『아시아지역의 경기하락이 아시아권 업체들과 미주·EU를 비롯한 비아시아권 업체들에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권 업체들의 경우 금융공황으로부터 타격을 거의 받지 않은 중국시장 공략을 1차 목표로 설정하고 아시아지역에서의 장악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시장 진입이 어려운 미국과 EU시장을 간접적으로 노크하는 계기로 삼는다는 것이 이 전시회에 참가하는 2차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미국·독일을 비롯한 비아시아권 참가업체들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가격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아시아지역 사업파트너 물색과 장기적으로 단일시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분석했다.
주요 출품국을 보면 주최국인 홍콩의 경우 지난 해보다 12% 증가한 총 8백90개 업체가 참가했으며 특히 중국은 지난 해보다 무려 58%나 증가한 1백75개 업체가 출품해 홍콩을 제외하고 최다 출품국으로 기록됐고 대만도 전년보다 13%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돼 중국권이 전시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IMF 관리체제에 접어든 이후 수출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우리나라도 지난 해보다 무려 41%나 증가한 37개 업체가 이번 전시회에 참가해 치열한 수주전을 펼칠 계획이다. 97년에는 한국공동관으로 참여한 11개 업체를 포함해 총 27개 중소 전자업체가 이 전시회에 참여했다.
올해 전시회에 참여하는 업체 중에는 LG정밀·산내들인슈·부일·아론테크노피아·한신전자 등 14개 업체가 독자부스 형태로 출품하고 케이디상사·MIC코리아·우주통신·정진전자·범일산업·대진기계공업·이화정밀 등 23개 업체가 KOTRA의 지원으로 한국 공동관에 참여, 정밀계측기기·마이크로스피커·CCTV·자동차용 앰프·가전제품 등 각종 전자기기 및 부품을 선보인다.
일부 대기업도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거의 대다수가 중소기업들로 구성된 가운데 각사가 차별화된 제품과 독특한 마케팅 전략으로 무장하고 있어 「개미군단」의 위력 없이는 IMF 난국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을 여실히 증명해 보일 태세다.
이밖에 말레이시아도 무역위원회의 지원 하에 올해 처음으로 말레이시아관을 만드는 등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이번 전시회에서는 제조업자와 상품 및 기술 개발자들 사이의 협력을 위한 첫 시도로 주최 측이 「두뇌집단의 개척자들(The Frontiers of Brainpower)」이라는 새로운 섹션을 마련해 관심을 끌고 있다.
주최 측은 대학이나 연구소 및 제품 개발업체들이 이 섹션을 통해 시제품 단계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소개함으로써 상품화로 이어지는 장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이번 전시회에서는 △무역상 및 엔지니어들을 위해 독일의 메세뮌헨인터내셔널(MMI)사와 공동으로 전자관련 차세대 조립 및 생산장비를 선보이는 「일렉트로닉 아시아98」 △레이저 및 레이저시스템의 최신 기술동향을 소개하는 「레이저 아시아98」 △아시아 전자업계 시장동향과 기술 발전방향 등에 대한 정보교류의 장이 될 「아시안 일렉트로닉스 포럼」 △전자관련 주요 현안에 관한 국제회의인 「PCIM 콘퍼런스」 등이 전시기간 중 함께 열릴 예정이어서 아시아태평양지역 전자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