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2000년(Y2k)문제 대응을 위한 모의실험이 국내에서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증권업계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월가의 실험」이 세계 각국의 이목을 집중시킨 데 이어 최근 한국증권전산이 증권거래소와 공동으로 이와 유사한 Y2k문제 대응을 위한 모의실험을 실시했다.
이번 한국증권전산의 Y2k 테스트는 자체 보유 전산시스템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이지만 이 회사가 국내 증권업무 전산화의 기간시스템을 구축, 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증권업계에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이번 실험은 국내 모든 증권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통합 접속테스트를 실시하기에 앞서 공동온라인과 주식·채권 매매정보 등 증권업무의 주요 시스템에 대한 Y2k문제 해결을 위한 사전 점검차원에서 이루어진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한국증권전산은 이같은 Y2k문제 대응을 위해 지난해말부터 사장 직속기구로 「2000년 표기 대응협의회」를 발족하고 올들어 Y2k관련 기본계획 수립을 비롯해 영향평가 실시 및 문제요소 도출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왔다.
특히 이번 한국증권전산의 모의실험은 테스트용 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월가의 실험과는 달리 이 회사에서 실제 가동 중인 주요 기간시스템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실데이터의 파손 등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진행됐다.
한국증권전산은 이같은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체 기간시스템에 대한 테스트를 증권시장의 휴장기간인 추석연휴를 이용해 전격 실시했다.
우선 연휴 첫날인 지난 3일에는 실제 증권업무에 사용되고 있는 가동용 시스템의 데이터 복구 및 백업작업을 완료하고 그 이튿날에는 2000년 환경으로 시스템을 재구축했다.
추석 당일인 5일에는 전체 시스템의 날짜를 2000년 1월 3일로 돌려 놓으면서 컴퓨터 상에서 Y2k문제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본격적인 테스트작업에 들어갔다.
테스트 대상시스템은 공동온라인, 주식 및 채권 매매체결, 정보서비스, 코스닥 및 증권종합온라인(SAVE+) 등 한국증권전산에서 가동 중인 기간시스템이 총망라됐다.
이같은 기본 인프라를 주축으로 실시한 한국증권전산은 시스템 연도를 2000년 1월 3일로 설정한 후 전·후장별로 동시호가·접속매매·시간외 주문 등 하루 중에 발생하는 증권시장의 업무처리를 그대로 재연했다.
이번 테스트에 적용한 데이터는 지난 2일에 증권시장에서 실제 일어난 선물·옵션, 장외거래주문 등 총 1만6천여건의 주식·채권 가상주문 데이터 등을 입력해 2000년 환경으로 변환, 적용시켰다.
테스트 진행경과를 살펴보면 2000년 1월 3일 전장시간대인 오후 2시에서 4시 사이에 전장동시호가 및 전장접속매매가 이루어졌으며, 후장시간대(오후 5∼6시)에는 후장동시호가를 비롯해 후장접속매매, 시간외 주문업무 등이 처리됐다.
한국증권전산은 이번 테스트를 위해 공동온라인시스템에 43명을 비롯해 주식·채권매매시스템(20명), 정보서비스시스템(37명), SAVE+(12명) 등 총 1백62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이번 실험에서 이 회사는 자체 보유한 증권업무관련 모든 시스템 및 네트워크장비에는 Y2k문제와 관련한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국증권전산측은 『이번 테스트를 통해 자사의 Y2k문제 대응은 자체 노력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의 90% 이상이 완료됐다』면서 『앞으로 일부 시스템에 대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 증권망 통신장비 등에 대한 문제해결만 하면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증권전산의 양덕기 전산기술연구소 소장은 『자체 실시한 이번 Y2k 실험이 성공적으로 완료됐다고 보고 내년 상반기 중에 이를 확대해 국내 전 증권업계를 대상으로 한 종합연계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Y2k전문가들은 증권업계를 대표해 실시된 한국증권전산의 Y2k 테스트를 계기로 앞으로 이같은 Y2k관련 모의실험이 은행·보험 등 전 금융권은 물론 행정·항공·철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잇따라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