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수님> 한양대 정성훈 교수

 알루미늄을 부직포에 진공상태로 증착, 각종 기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이 국내 대학 연구진에 의해 개발돼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한양대 정성훈 교수(섬유과). 정 교수는 최근 각종 전자제품에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전자파 차단소재 개발을 완료하고 그 결과를 산업자원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 팀이 제일물산과 공동으로 개발한 전자파 차단물질은 부직포에 알루미늄을 진공 증착시켜 전자파 차단체를 만든 뒤 전자파가 발생하는 기기의 부속이나 내부를 포장하는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그동안 컴퓨터·TV·휴대폰 등 각종 전자기기의 전자파 차단재로는 금속으로 된 전자파 차단막을 설치하거나 부직포라는 섬유에 구리를 도금하는 방식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이 같은 방법은 기기의 무게를 크게 늘리거나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비해 이번에 정 교수 팀이 개발한 기술은 기존의 구리를 부직포에 도금하는 방식과 달리 알루미늄을 특수 처리해 부직포에 진공상태로 증착하는 것이 핵심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제품은 앞으로 병원 중환자실과 항공기 내벽 등 면적이 크면서 굴곡부위가 많은 곳에서도 차단효과가 탁월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가진 성능시험에서도 이 제품은 설치 후 전자파 차단성능이 40∼60㏈을 기록, 정부가 공인하는 전자파 차단효과를 90% 이상 만족시켰다.

 한편 정성훈 교수는 한양대 섬유과(77학번)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유학,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서 고분자학을 전공했다. 그는 지난 95년 한양대로 돌아와 후학을 가르치는 가운데 연구활동에도 힘을 쏟아 약 3년 동안 전자파 차단용 부직포 개발에 매달린 끝에 이 같은 성과를 일궈냈다.

 그는 『흔히 섬유를 사양산업으로 분류하는데 이는 크게 잘못된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한가지 예를 들어 「짜지 않은 패브릭(섬유)」이라는 의미에서 부직포라고 불리는 물질만 해도 종이와 플라스틱, 전통적인 직물의 장점을 골고루 갖춘 것으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라는 것이다.

 『앞으로도 고부가가치를 지닌 고분자 섬유제품, 그것도 산업용 제품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다짐하는 그의 표정에서 한국 섬유산업의 밝은 미래를 예감할 수 있었다.

<서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