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25인치 플로피디스크(FD)가 자취를 감춘 데 이어 3.5인치 FD마저 수요가 크게 줄고 있어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FDD)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25인치 FD가 시장에서 사라진 것은 지난해. 70년대 후반 첫 선을 보인 5.25인치 FD는 휴대가 편리해 8인치 등 기존의 FD를 압도하며 시장을 장악했다. 이후 5.25인치 FD는 90년대 초까지 호황을 누렸으나 9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3.5인치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
다음부터는 3.5인치 시대. 80년대 초 일본 소니사가 개발한 3.5인치 FD는 10여년만에 비로소 FD시장을 지배했다.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기억용량은 1.44MB로 5.25인치의 1.2MB보다 큰 데다 플라스틱과 금속이 내부를 보호하고 있고 데이터의 안정성도 뛰어났기 때문.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3.5인치도 퇴조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 PC 신제품에 3.5인치 FDD의 탑재율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따라서 오는 2000년 이후에는 3.5인치가 시장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이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FD가 사라지고 있는 큰 이유는 빠른 네트워크화와 프로그램의 대용량화 때문. 두가지 추세가 맞물려 진행되면서 FDD의 쇠퇴는 가속화하고 있다.
윈도95를 비롯해 최근의 프로그램들이 멀티미디어화하고 용량이 커지면서 여간한 프로그램은 기존 FD에 저장하는 데 무리가 따르게 됐다. 따라서 1백MB급 이상의 고용량 저장장치들이 선호되면서 5.25인치와 3.5인치 FD의 수요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것.
이밖에 통신을 통해 이용하고자 하는 프로그램을 서버에 업로드시켜 놓고 필요한 장소에서 다운로드하는 방법도 애용되고 있다.
네트워크컴퓨터(NC)는 이런 추세를 대표하는 제품. 조작에 필요한 각종 소프트웨어를 서버에서 다운로드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는 물론 FDD도 필요 없다. 상품화가 다소 지연되고 있지만 NC가 출하될 경우 FDD의 퇴조에 일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의 넷PC 역시 NC와 마찬가지로 FDD를 채택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나온 PC 가운데 5.25인치 FDD는 물론 3.5인치 FDD를 탑재하지 않은 제품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기업 주문제품 가운데 FDD가 빠진 제품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특히 최근 출시된 미 애플컴퓨터의 「i맥」 같은 경우는 일반소비자용임에도 불구하고 FDD를 채택하지 않고 있다. 이밖에 조립제품을 찾는 국내 소비자들 가운데도 FDD를 희망하지 않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대신 이들 FDD를 대체할 수 있는 대용량 보조기억장치들이 잇따라 선을 보이고 있다. 기억용량이 1백∼1백20MB에 달하는 이메이션과 아이오메가의 FDD제품들이 있고, 6백MB 이상의 용량을 가진 CDR·CDRW와 MB급을 넘어 GB급 제품까지 출시되고 있는 광자기저장장치(MO) 등이 기존 5.25, 3.5인치 FDD의 빈자리를 빠르게 메워가고 있는 것이다.
<허의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