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를 맞아 정부·업계는 물론 일반국민까지 수출확대가 곧 경제회생의 첩경이라는 인식에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불행히도 단기적으로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묘방은 보이지 않는다.
오늘 우리가 당면한 위기의 본질이 총체적인 제도적 시스템의 경쟁력 약화에 있다고 한다면 이에 대한 대응 또한 제도적 결함요소 전반에 대한 근본적이고도 중장기적인 접근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정치적 혼란에 따른 정책조율의 혼선 및 추진력의 약화, 정부와 산업역군들의 일에 대한 열정과 기업인의 투자의욕 상실 등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중소기업의 경우 새로운 아이디어 제품의 개발과 생산, 해외시장 개척 역량의 한계, 국가적 기술 인프라 및 금융산업의 낙후성 등으로 인해 수출환경이 대기업보다 훨씬 열악하다.
더욱이 정부나 기업 부문에서 수출을 지원하던 주도세력들이 사라졌다는 점은 중소기업 수출확대를 어렵게 하는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수출환경, 특히 기술 인프라가 취약한 토양에서는 창의적인 중소기업의 발전이 단시일내에 이루어질 수가 없다.
신제품의 개발, 시장의 창출, 지속적인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의 강화 등 각 분야에서 중소기업의 독자적인 역량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들이 있고, 이러한 중소기업의 약점들을 보완해줄 분야별 및 총괄적인 지원주체가 정립돼야 한다는 의미다.
중소기업이 수출기반을 확보할 때까지는 이를 대행하는 주체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현재 무역협회나 KOTRA 등이 일부 이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나 과거 종합상사의 수출대행 기능에 비해서는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여건이 충분치 못한 사업 환경에서 중소기업은 생존 자체가 최우선 순위의 문제이며 수출확대는 그 다음의 문제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장 창출 또는 확대를 대행해주는 주체(대기업)가 있어야 하며, 중소기업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한 대기업의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중소기업의 수출제품 개발을 위한 품질·포장·규격 등은 내수단계에서부터 국제표준에 적합하게 고도화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인증·포장 등에 관한 정부의 제도적인 지원이 필수적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원자재 구매는 주로 대기업이 자기 소요량을 포함, 해외 공급업체와의 장기공급체제를 구축해 적기에 저가로 구매하고 재고도 보유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협력체제가 와해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고가의 소량구매인 경우 중소기업을 위한 원자재의 (공동)구매가 원활히 돼야만 수출에 차질이 없으므로 이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수출진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장기적인 수출진흥정책(산업별 장기발전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하는 주체가 있어야 한다.
즉 시장개척, 기술지원, 원자재(부품)의 확보, 효과적인 금융지원체제 등 각 분야를 토털 솔루션화하는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한 정부의 장기적 상설기관이 필요하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