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탈IBM" 바람 가속화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한국IBM의 지배력에서 벗어나려는 「탈IBM」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은행을 비롯해 증권·카드 업계 등 한국IBM의 최대 수요처로 인식돼온 주요 금융권은 그동안 한국IBM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 행사해온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IBM의 전산시스템 도입을 줄여나가거나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금융권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대용량 저장장치와 단말기, 중형서버 등 다양한 전산시스템 분야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은행권은 최근 한국IBM의 온라인 트랜잭션모니터인 「CAP-I」 와 메인프레임용 소프트웨어 가격인상 조치로 갈등을 빚자 IBM 기종 일색으로 구성된 전산시스템에 대한 변화를 꾀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대용량 저장장치를 중심으로 경쟁업체 제품으로 적극 대체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들어 자사의 주전산시스템인 IBM 메인프레임에 연결되는 20억원 규모의 저장장치 용량증설에서 한국IBM의 저장장치 대신 경쟁업체인 한국EMC의 「시메트릭스 5430」과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의 「7700E」 등의 제품을 도입했다.

 또 주택은행은 지난 8월 실시한 저장장치 도입과정에서 한국EMC와 한국IBM의 제품을 놓고 입찰을 실시했으나 IBM의 전산시스템 비중을 줄이기 위해 한국EMC의 스토리지를 채택했다.

 또한 주택은행은 최근 동남은행을 합병하면서 단말기시스템으로 한국컴퓨터의 금융창구용 단말기 1천여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영업점 단말기의 경우 지난 80년대까지 IBM기종이 주류를 이루던 것이 90년대로 접어들면서 한국컴퓨터와 청호컴퓨터 등 경쟁업체들이 부상하면서 IBM 제품이 급속히 퇴조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하나은행도 정보계 데이터베이스(DB) 구축용 저장장치로 한국EMC 기종을 채택했으며 조흥은행·평화은행·서울은행 등은 LG히다찌에서 공급하는 기종인 「DF 350」를 잇따라 도입하기도 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이 한국IBM의 저장장치 대신 경쟁업체들의 기종을 적극 도입하는 것은 경쟁업체의 제품이 한국IBM 기종에 비해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그동안 한국IBM이 행사해온 독과점 상태를 방지하기 위한 일련의 조치』라고 말했다.

 증권업계도 올들어 주전산시스템을 IBM 메인프레임 중심에서 중형서버로 대체한다는 방침아래 유닉스서버의 기종 도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동원증권·한진증권·삼성증권 등은 한국IBM의 메인프레임을 한국HP의 유닉스서버 기종으로 바꾼 데 이어 대우증권과 현대증권은 기존 IBM의 메인프레임을 대체해 탠덤컴퓨터의 무정지시스템인 「히말라야 S70004」를 도입했다.

 국민카드·삼성카드 등 일부 카드업계도 최근 정보계 전용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주전산시스템으로 IBM의 중형서버 대신 한국HP의 유닉스서버 기종을 도입하는 등 IBM기종의 채택을 배제하고 있

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형 은행권에 도입된 메인프레임의 경우 방대한 데이터와 함께 경쟁업체가 제한돼 있어 기종 교체가 쉽지는 않겠지만 중형서버나 저장장치 부문 등에서는 경쟁업체가 크게 늘어나 그동안 IBM이 금융권에서 누려온 독점적 지배권이 급속히 붕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