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체 그룹웨어시스템인 「국정보고유통시스템」을 지방자치단체에 확대하려는 계획을 추진하자 그동안 지자체 특수에 주력해온 그룹웨어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대다수 그룹웨어업체들은 자칫 지자체시장을 송두리째 잃을까 우려하고,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행정자치부는 지방자치단체들에 협조공문을 발송, 「국정보고유통시스템」의 설치를 희망할 경우 관련 소프트웨어(SW)를 무상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행자부는 이달 중 지자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가질 계획이다.
이에 앞서 행자부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그룹웨어 도입계획을 조사했는데 2백48개 지자체 가운데 1백20여개 지자체에서 국정보고유통시스템을 도입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결과를 놓고 보면 그룹웨어업체들은 절반 가까운 지자체시장을 잃게 될 판이다.
더욱이 나머지 지자체 가운데 상당수는 그룹웨어를 이미 도입했거나 당분간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아 더이상 신규수요를 기대하기 힘든 상태.
따라서 그룹웨어업체들은 지자체에 대한 수주영업을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상황까지 맞고 있다.
SW업계 관계자들은 『위기에 빠진 국내 SW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에서 시장을 창출하지는 못할 망정 스스로 제품을 공급에 나서 업체들의 설 자리마저 빼앗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또 최근에야 개발업체를 선정해 개발도 완료되지 않은 제품을 무상 보급하겠다고 행자부가 서둘러 공문을 발송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행자부측은 『우리가 무상 보급하려는 것은 그룹웨어시스템이 아니라 국정보고시스템의 운용에 필요한 SW로, 그룹웨어업체들이 앞으로도 지자체를 대상으로 수주 영업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또 공문을 서둘러 발송한 것에 대해서도 행자부측은 『민간기업과 달리 미리 책정된 예산에 따라 움직이는 지자체의 특성상 앞으로 전개할 행정을 미리 예고하는 것일 뿐 그룹웨어업체들의 수주영업을 방해하겠다는 뜻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 대다수 그룹웨어업체들은 앞으로 지자체에 대한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행자부의 공문발송으로 상당수 지자체들이 민간제품에 대한 도입계획을 보류하고 있으며 행자부의 국정보고유통시스템 공급업체인 삼성SDS가 최근 활발한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상당수 지자체는 중앙부처인 행자부와의 관계를 의식, 이번 협조공문을 부담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자체의 관계자는 『행자부에서 배포할 국정보고유통시스템이 나온 다음에 그룹웨어 도입을 검토하겠다』면서도 『아무래도 힘없는 지자체들로서는 부족한 예산에다 중앙부처와의 관계를 고려해 국정보고유통시스템을 도입하는 쪽으로 기울지 않겠는가』고 말했다.
어쨌든 그룹웨어업체들은 지자체에 대한 수주영업활동이 당분간 힘들어질 것으로 보고 다각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으나 별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그룹웨어업체는 이를 계기로 지자체에 대한 영업을 아예 포기할 뜻도 내비치고 있다.
그룹웨어업체들은 다만 삼성SDS에서 개발한 제품이 지자체의 기대수준에 크게 밑도는 상황이 발생하기만을 기대하고 있는데 이마저 개발기간 동안 손을 놓고 기다려야 하는 형편이다.
<신화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