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게임업계에 「대안유통」 혹은 「신유통」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신유통채널 관계자들의 게임판촉 마인드 제고와 반품·재고처리 문제가 성공을 판가름하는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PC게임업체들은 그동안 국내 게임시장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던 총판 유통시스템이 수요위축과 연쇄부도의 여파로 제기능을 상실함에 따라, 서점·비디오숍·24시간 편의점·팬시상품점·정보통신기기 대리점·통신판매 등을 새로운 게임 유통판로로 개척하고 있으며, E2·뉴톤미디어·퓨처엔터테인먼트·삼성전자 등 제작사나 신규 유통업체들은 직판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서울의 용산지역을 중심으로 한 10여개의 총판을 기점으로 게임을 공급하던 기존의 유통시스템과 달리 이들이 추진하는 대안유통 또는 신유통은 전국 방방곡곡에 산재한 서점과 팬시점, 비디오숍 등을 활용해 게임의 소매기반을 널리 확산시킬 수 있는데다, 실수요를 반영한 물량공급을 통해 소비자가격 인하, 가격정책 고수 등 적지않은 장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PC게임시장이 연간 3백억∼4백억원대에 불과해 게임 소매전문점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서점이나 팬시점과 같은 곳을 게임판로로 개척하겠다는 시도를 더이상 비현실적이라고 무시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과 현실적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신유통 시도는 몇가지 장벽에 부닥치고 있다.
우선 게임을 취급하기로 한 서점이나 비디오숍, 편의점 등이 게임에 대한 적극적인 판촉 마인드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제품의 내용과 질을 소비자가 직접 파악할 수 있는 상품과 달리 게임은 영화나 연극처럼 적극적인 홍보와 판촉이 필요한 제품이나 아직까지는 서점이나 비디오숍 등에서 하나의 구색상품으로 취급돼 그저 진열공간을 빌려주는 정도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신유통을 추진하는 업체들이 부딪히고 있는 두번째 어려움은 반품 및 재고처리에 대한 부담이다. 의무판매량(미니멈 개런티)을 정하고 총판에 넘기는 기존 유통방식의 경우 개발사나 제작사들은 잔금을 회수하는 것 외에는 염려할 일이 없었으나, 신유통점을 통해 직판을 추진할 경우 일정기간이 지나 되돌아오는 반품과 재고처리는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안유통이 이미 2∼3년 전 일부업체들에 의해 간헐적으로 시도되다 무산됐던 사례들을 상기하며 『개발사나 제작사가 퍼블리셔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일선 판매점에 동기를 부여하지 못하면 또다시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최근 새로운 유통판로를 개척하기 위한 조급한 시도가 자칫 잡지번들을 아예 정규판로로 활용하거나 무책임한 재고처리를 하는 기형적인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경계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유형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