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통신부품> "移通열풍" 타고 초고속 성장

 쾌속성장을 거듭해온 통신부품 시장도 I MF라는 거대한 경제한파에는 어쩔 수 없는 듯 수면 아래서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는 정체기를 맞고 있다. 지난 몇년 동안 이동통신서비스 붐을 타고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던 통신부품 시장이 I MF 한파 이후 거품이 빠지면서 업체들간의 사업 구조조정이 활기를 띠고 있으며 소재산업의 국산화도 활성화되는 등 자구노력이 활발하다. 또한 외국 기업과 전략적 제휴나 현지 연구소 설립, 외국 전문 엔지니어 영입 등 성장에 대비한 내실 다지기 작업에 여념이 없는 것도 최근 통신부품 업계의 한 단면이다.

정부도 통신부품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산화 중장기 계획을 마련하는 등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국가적 전략산업으로 육성의지를 밝히고 있기도 하다.

 일부에서는 최근 일고 있는 정보통신 열풍이 국내 부품업계의 산업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놓는 폭발력을 지녔다고 할 정도로 전세계 통신부품 시장은 2010년까지 해마다 20% 안팎의 지속적인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통신부품 시장은 연간 2조5천억원 규모로 앞으로 전자부품 시장을 이끌어갈 주도산업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여 시장선점을 위한 업체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부품업계에는 통신용 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면 2000년대에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는 위기의식이 확산되면서 업체마다 시장 진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기 등 종합부품 3사를 포함한 대덕전자와 한국단자공업 등 대형 부품업체들은 통신부품을 2000년대 주력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하고 있으며 중소 일반 부품업체들도 이 부문에 새로 발을 들여놓기 위해 품목선정에 나서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금력을 지닌 대기업들은 디스플레이 등 시장 규모가 큰 생산품목 위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반면 중소 부품업체들의 경우 현재 생산품목을 응용해 통신용 시장을 두드리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삼성전기와 LG전자부품 등 종합부품 업체들은 앞으로 10년 안에 통신부문 매출을 전체매출의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려 통신부품을 2000년대의 주력사업으로 삼는다는 목표아래 이미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부품 전문업체들의 움직임 또한 이에 못지 않다. 대덕전자·코리아써키트·청주전자·이수전자 등 PCB 업체들은 이동전화 기지국용 다층PCB 등 통신용 PCB 생산 비중을 대폭 높이고 있으며 싸니전기공업·고니정밀·국제전열공업 등 수정부품 업체들은 가전용에서 통신용 사업 중심으로 대폭 변경하고 있다.

 골드콘정보통신과 우영·한국몰렉스 등 커넥터 업체도 가전이나 컴퓨터에서 전환해 통신용 커넥터사업에 주력하기로 하고 제품개발을 서두르고 있으며 생산설비도 속속 구축하고 있다.

 모터의 경우도 삼홍사와 대성전기 등이 이동통신 단말기용을 중심으로 통신용 수요에 대응하고 있으며 단암산업과 태형산전·동한전자 등 SMPS 업체들도 국·사설 교환기용 DC/DC컨버터 등 통신시스템용 제품이나 충전기사업에 손을 대고 있다.

 그러나 통신부품산업 가운데 가장 활발한 시장 진입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고주파와 전지, 디스플레이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분야는 업체간 시장선점 경쟁이 다른 사업에 비해 뜨겁고 그만큼 제품의 국산화 열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전지는 이동통신단말기의 구동원으로 앞으로 높은 수요증가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으며 디스플레이 분야 역시 삼성과 LG 등 4대 그룹이 막대한 돈을 쏟아부으며 사활을 건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태다.

 고주파분야는 한원과 KMW·마이크로통신 등 전문업체 중심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고주파분야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갈륨비소 고주파단일집적회로(MMIC)는 그동안 군사용으로 사용돼왔으나 고주파 특성이 우수하고 집적도가 높아 제품의 소형화와 저가화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통신용 부품시장의 총아로 등장하고 있다.

 유전체 세라믹 필터나 전압제어발진기(VCO), 수정발진기(OCXO) 등 고주파 모듈사업에도 많은 전문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통신부품 산업은 이제 막 태동기에 진입한 상태다. 반면 일본 등 선진국은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어 우리의 통신부품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무엇보다 선진국과의 기술적 격차를 극복하는 문제가 가장 시급하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의 한 관계자는 『통신용 반도체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통신부품 선진국인 일본과 기술 격차가 5년 이상 벌어져 있다』며 『이 정도 기간은 산업시장에서 커다란 차이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통신부품산업은 제조업의 기반 없이 수요자 중심으로 성장해오면서 대부분 도입기술에 의존, 핵심부품은 대부분 수입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통신부품산업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전자부품종합기술연구소(KETI) 등 국책연구소를 중심으로 핵심부품 개발이 활기를 띠면서 주요 부품들이 속속 국산화되고 있다.

 통신부품의 국산화 열기가 무르익어가고 있지만 아직 업체층이 선진국에 비해 얇고 핵심기술은 거의 확보하지 못한 실정으로 부품국산화를 실현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숭실대 정보통신공학과 배명진 교수는 『통신부품 산업은 세계 통신기술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산·학·연 형태로 집중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하며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워낙 짧아 대기업 보다는 전문기업에 적합한 산업』이라며 『전문기업은 분야별 전략적 제품 개발과 공동 마케팅을 통해 효율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체의 영세성도 극복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IMF 이후 국내 경기가 침체되면서 많은 통신부품 전문업체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어렵게 제품개발을 해놓고도 양산에 필요한 자금 확보가 안돼 신제품을 그대로 묶어 두고 있는 실정이다.

 마이크로통신 박경민 사장은 『생산 주문은 계속 들어오는데 환율상승으로 자금이 부족해 원자재를 수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90년대 중반부터 통신부품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 집중적인 육성정책을 마련해오고 있으나 여전히 부처간의 주도권 다툼으로 혼선을 빚고 있다.

 이동통신용 세라믹 부품의 경우를 보더라도 과학기술부에서는 고주파용 칩 인덕터와 고유전율 이동통신용 소재와 부품, 위성통신용 부품의 후막칩화와 경량화를 지원하고 있고 산업자원부는 GPS용 유전체 세라믹 안테나와 칩 세라믹 필터 등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경쟁적으로 통신부품 국산화 종합 육성정책을 발표하고 있으며 산업자원부는 지난해 이동통신단말기 국산화 계획을 발표했는데 수정진동자연구조합을 이동통신부품연구조합으로 확대 개편하고 중장기 프로젝트를 마련, 듀플렉서와 고주파 부품 등 14개 부품의 국산화율을 현재의 40%에서 오는 2000년까지 80%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정보통신부도 올해 통신용 핵심부품 육성계획을 발표, 이동·위성 통신용 변복조기 등 7개 분야의 총 21개 품목을 제시했다. 정통부는 이동·위성 통신 변복조기, 표면탄성파(SAW) 디바이스를 이용한 마이크로파 신호처리 부품, 주파수 합성기와 VCO, RF MMIC, 이동·위성 통신용 능동안테나, 듀플렉서와 유전체 필터, 산화물 신소재 박막을 이용한 마이크로파와 밀리미터파용 고온 초전도 소자 등 7개 품목을 선정했다. 정통부는 이들 21개 통신용 핵심부품을 개발하기 위해서 고주파 분야에 4백81억원, 반도체분야에 1백90억원 등 3년 동안 총 1천71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IMF체제에도 불구하고 전자부품업계에서는 통신부품시장 선점여부가 기업 판도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업체간의 국산화 개발 열기와 세계시장 진출 등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양봉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