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반도체업계의 자율적인 수급조절로 지난 수개월간 보합세를 유지해온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계속된 감산으로 인한 재고 소진과 갑작스런 엔고 현상으로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의 D램 가격 상승세는 현물시장과 고정거래선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엔고에 시달리는 일본의 반도체 업체들이 추가적으로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돼 국내업체들에게는 엄청난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경 세계 반도체 현물시장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인 2달러와 10달러 선을 회복한 뒤 보합세를 유지해 온 16M 및 64MD램 가격이 최근 계속되는 물량 부족으로 일부 제품의 가격이 각각 2.50달러와 11달러 선에 육박하는 등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반도체 현물시장 가격은 최저점을 기록했던 지난 5월과 6월에 비해 30∼40% 정도가 오른 것이다.
이처럼 현물시장 가격이 가파른 오름세로 반전되고 있는 것은 한·일 업체들의 지속적인 감산과 일부 외국업체들의 D램사업 축소 등으로 전반적인 현물시장 공급물량이 현저히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물시장 가격과 함께 비교적 가격변동이 적은 고정거래선 가격도 2년여 만에 처음으로 급상승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5∼6월 8달러 선에서 형성됐던 64MD램 가격이 지난달 한국과 일본업체들의 요구로 10% 가량 오른 9달러 선으로 상향 조정되면서 국제 D램 시세는 전반적인 오름세를 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최근 엔고 현상으로 원가부담이 높아진 일본의 주요 D램 업체들이 고정 거래선 가격의 추가 인상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의 가격경쟁력과 시장점유율이 급속히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국내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엔화의 대달러 환율 강세가 계속된다고 전제할 때 일본 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 경우, 세계 반도체 시장 가격은 당분간 급등할 가능성이 점쳐진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최승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