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도입을 추진 중인 슈퍼컴퓨터 공급권을 놓고 관련업체들의 수주전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기상청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선정기준이 될 벤치마크테스트(BMT)프로그램을 참여업체들에 제공하면서 최종적으로 어느 공급업체가 선정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기상청의 슈퍼컴퓨터 도입건은 총 2백28억여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데다 슈퍼컴퓨터업체들에는 올해 마지막으로 이루어지는 빅딜일 가능성이 커 이의 수주를 위해 참여업체들이 사활을 걸고 나서고 있는 상황.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업체들만 해도 한국SGI·한국후지쯔·한국IBM·NEC·한국컴팩컴퓨터·한국HP 등 기라성 같은 슈퍼컴퓨터업체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이들 가운데 가장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업체는 한국SGI와 한국후지쯔.
두 업체는 본사차원에서 그동안 세계 슈퍼컴퓨터업계에서 누려온 명성을 최대한 활용,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를 벌이고 있다. 한국SGI의 경우 자사의 벡터형 슈퍼컴퓨터인 「SV1」 「T90」과 초병렬처리(MPP)방식의 기종 「T3E」 등을 기상청 공급시스템으로 선정해 본사차원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후지쯔도 지난 95년 기상청에 기상예보시스템을 공급한 경험이 있는데다 본사 사장이 직접 기상청을 방문하는 등 이번 수주에 대비,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이 회사는 이번 기상청 프로젝트의 선정여부는 시스템 성능에 좌우된다고 보고 기존 벡터형 슈퍼컴퓨터인 「VPP시리즈」에 비해 4배 정도 성능이 향상된 최신기종 「코드명 VPP CH」를 선정, 성능테스트 작업에 돌입키로 했다.
이들 업체와 함께 이번 기상청 입찰에서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는 업체는 한국IBM과 NEC. 한국IBM은 기상예측시스템으로 적합한 「RS6000 SP」기종을 내세워 특유의 조직력으로 기상청 프로젝트 수주에 나설 움직임이다.
NEC도 한국내 출장소를 통해 덴마크·캐나다·호주 기상청 및 관련연구소 등에 공급한 벡터형 슈퍼컴퓨터인 「SX4」의 상위기종인 「SX5」를 선정, 공급경쟁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태다. 이밖에 한국컴팩컴퓨터는 「알파서버8400」, 한국HP는 「이그젬플러X」기종 등을 내세워 기상청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수주전에 임하고 있다.
기상청의 한 관계자는 『이번 슈퍼컴퓨터 입찰의 경우 기상청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국지아끼상모델, 전지구 예보모델 및 지역예보시스템 등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돌려 성능이 좋은 기종을 우선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슈퍼컴퓨터 공급업체들이 제시하는 이론적 수치보다는 실제 성능이 중요하다』면서 『국지적인 집중호우나 돌풍 등을 예보하는 프로그램인 「국지아끼상모델」의 경우 현재 8시간이 걸려야 예보가 가능한 이 시스템을 1시간 이내로 단축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상청 슈퍼컴퓨터 도입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서 올 연말경에 결정이 날 최종 공급자로 어느 업체가 선정될지에 벌써부터 관련업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