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체, 사치성 소비재 수입 주범 오명 "울고싶어라"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공장에서 생산해 국내로 역수입한 가전제품은 국산제품인가 외산제품인가.

 우리기술로 개발하고 우리 부품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분명 우리 제품이라고 봐야 하지만 현 관세법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아쉽게도 중국공장에서 만든 제품은 중국산 수입제품일 뿐이다.

 최근 IMF사태에도 불구하고 국내 재벌기업들의 호화 사치성 소비재 수입이 여전하다는 관세청 발표에 대해 가전업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관세청은 지난 11일 국회에 제출한 「30대 그룹 특정물품 수입현황」 자료를 통해 삼성·LG·대우·해태 등 대기업들이 올들어 귀금속·요트·전자제품 등 고급소비재를 수백만에서 수천만달러 어치씩 수입했다고 밝혔다. 특히 수입된 고급소비재의 99% 가량이 전자제품인 것으로 나타나 가전업체들의 도덕성이 다시한번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이번 보도를 접한 가전업체들은 이 자료가 업계의 현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보고 분석·처리하려는 탁상행정의 전형적인 사례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가전업계가 이번 자료에 발끈한 이유는 이렇다. 이 자료에 나타난 사치성 가전제품 대부분이 우리 기업이 설립한 해외공장에서 생산해 국내 판매를 위해 역수입된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외산가전을 마구잡이로 수입한 것처럼 오해를 받아 기업 이미지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다.

 현재 오디오나 VCR 등 가전제품은 외산제품의 국내시장 장악을 막기 위해 사치성 소비재로 분류돼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이 해외공장에서 생산해 들여온 이들 제품 역시 외산제품과 마찬가지로 통관상 수입물량으로 잡히고 있다. 당연히 관세를 물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오디오의 경우 가전3사를 비롯해 대다수 업체들이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이전, 수입제품은 중국산 중저가 미니컴포넌트와 마이크로 컴포넌트·카세트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렇지만 외견상 오디오업체들은 해마다 수백만에서 수천만달러 상당의 사치성 소비재를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

 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개발한 제품을 단지 해외공장에서 생산했다는 이유로 관세를 물어야 하는 것도 불합리한 조치인데 여기에다 사치성 가전제품 수입에 앞장서는 것으로 오해받는다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정부는 내년부터 국내에서 부품을 공급받아 해외공장에서 생산해 역으로 국내 수입되는 가전제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해주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사치성 가전제품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오해를 사고 있는 가전업계의 억울함은 내년쯤에나 풀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