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용품·정보통신기기(정보기기·통신기자재·무선기기)·기계·자동차·의료기기 등 기기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그동안 각각 다른 근거법과 절차 및 방법으로 제조 및 판매를 규제해온 국내 품질인증시스템에 대한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
15일 관계당국 및 기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유럽연합(EU)과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협력기구(APEC)를 중심으로 각국 규제제품에 대한 적합성 평가서(Conformity Assessment)를 서로 인정함으로써 교역을 촉진하는 이른바 「다자간 상호인증협정(MRA)」체결 움직임이 가시화함에 따라 이의 대비책으로 국내 관련 품질인증시스템의 통합 등 대대적인 정비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무엇보다 대상기기의 종류에 따라 산업자원부(전기용품)·정보통신부(정보통신기기)·보건복지부(의료기기)·건설교통부(자동차)·노동부(기계류) 등으로 분산, 복잡하게 적용되고 있는 현재의 국내 품질인증시스템으로는 국제적인 MRA체결 과정에서 불리한 점이 많다고 보고 이를 하나로 묶는 방안에 초점을 두고 이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내년 초 열릴 한·EU간 MRA체결 본협상 개시 이전까지 국내 품질인증시스템 제도정비에 대한 기본 골격을 완성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산업 중심 부처로서 MRA 등 관련 노하우가 풍부한 산자부를 축으로 관계 부처간의 협의를 이끌어 낸다는 복안이다.
이와 관련, 산자부는 세계적인 MRA체결 본격화에 따른 국내 제도정비를 공론화한다는 방침 아래 15일 전경련회관에서 정통부·노동부·복지부·국립기술품질원 등 관계 부처의 실무진을 초청, 심포지엄을 열어 우선적으로 전기용품(가전)·통신기기·기계류·의료기기 등 4개 분야 품질인증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집중 토의했다.
산자부는 이와 별도로 지난달 산하 전문기관인 산업기술시험평가연구소(KTL)에 「국내 적합성 평가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란 과제를 의뢰, 자체적으로 국내 품질인증시스템의 대통합을 위한 기초 자료를 연내 마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국내 품질인증시스템의 대통합 작업은 명분상으로 대부분 공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관련 부처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데다 부분 통합이든 완전 통합이든 관련기관과 산업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 부처간 관련 의견수렴이나 법제정 및 개정 과정 작업에서 적잖은 마찰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국제적인 MRA협상이 본격화함에 따라 국내 관련제도의 대대적인 정비가 불가피하지만 기기별로 적용 법규나 인증시스템, 소관부처가 다른 현 상황에서 이를 통합한다는 것은 매우 복잡한 문제』라며 『그러나 국익을 우선하는 차원에서 부처간의 이해득실을 철저히 배제해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품질인증제도의 통합은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중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