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침이 하부로 전달되지 않는다.」
서기 2000년을 불과 1년 2개월 남겨놓은 시급한 상황이지만 정부 주관부처의 Y2k문제 해결의지가 하부기관 또는 민간부문으로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흐지부지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고」할 때는 다 잘 돼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이에 크게 못 미치는 등 「말 따로, 행동 따로」현상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보통신부가 15일 발표한 「Y2k 현장점검 결과 및 향후계획」에 따르면 현 추진체계에서는 정부의 정책이나 지침이 하부기관에 전달되지 않아 문제해결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Y2k문제 대응을 위해 정부부처와 산하 기관 및 업계를 연계하는 하부 추진체계가 허술하고 각 부처별로 이미 마련돼 있는 추진기구 역시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기 때문이다.
현재 Y2k 대응추진체계는 국무조정실 산하의 「컴퓨터2000년문제대책협의회」를 총괄기구로 하고 각 부처에 전담반을 구성하고 있지만 정부의 의견을 관련기관이나 민간기업에 까지 확산시켜 나갈 매개체가 거의 없거나 활동이 미미한 상태다.
이에 따라 주관부처와 하부기관과의 유기적인 문제해결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각기 따로 노는 현상이 나타난다 것. 예를 들어 비슷한 업무를 하면서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이 서로 힘을 합치지 못하고 별도로 움직인다면 사실 힘의 손실을 가져오는 셈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의료업계가 Y2k문제 공동대책위를 구성한 것은 이런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부처별로 구성돼 있는 전담반도 사실은 유명무실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말만 전담반이지 실무담당자 한두 명이 대부분 일을 떠맡고 있으며 실제 업무도 다른 업무와 곁들여 Y2k관련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아 실제 소홀히 다뤄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보유통체계 구축 등 하부기관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유기적인 문제해결체계 구축을 위한 부처 역할이 매우 미흡한 상태라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업계전문가들은 현재 자율운영 형태를 띠고 있는 Y2k 추진체계에 보다 책임성을 부여하고 중요사안에 대해서는 미국 클린턴 행정부처럼 행정명령을 통해 정책을 강력히 시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이번 현장점검 결과에 따르면 이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기관이 영향평가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변환작업단계에 접어드는 등 비교적 상당히 진척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별로는 금융 및 운송분야가 가장 빠른 진척도를 보이고 있고 의료분야가 상대적으로 뒤떨어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행정분야에서는 행정자치부의 경우 주전산기 공급업체와 이견을 보이고 있는 종합토지세 업무용 주전산기부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변환작업을 진행하는 등 순조로운 진행상황을 보이고 있고 경찰청은 보안장비·교환장비 등 비정보시스템을 제외하고는 변환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경찰청은 그러나 상세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는 등 추진방법이 다소 미흡하고 방대한 시스템의 문제를 원활히 해결하기 위해서는 추진체계를 보다 강화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지방행정분야는 부동산관리시스템의 주전산기 해결방안을 행자부와 공급사가 아직 협의 중이고 자동차관리시스템은 99년 6월까지 변환 완료할 예정인 등 대응이 늦다는 분석이다.
통신분야에서는 한국통신은 비상계획까지 수립하는 등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SK텔레콤은 9월말에야 겨우 영향평가를 완료하는 등 대응이 다소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운송분야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변환작업을 하고 있거나 완료한 상태로 일부 시스템은 외부기관과의 인터페이스 테스트도 준비하고 있지만 항만분야는 지난달에야 영향평가를 완료하는 등 대응이 다소 늦다는 평가.
특히 항만관련 전자문서교환(EDI)용 전자문서에 포함되는 연도자리수에 대한 해양수산부의 표준지침 개정이 필요하다고 이 결과보고는 덧붙였다.
의료분야는 이제 겨우 문제를 인식하는 단계로 가장 대응이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대병원은 99년 의료정보시스템을 재구축,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며 원자력병원은 2001년까지 의료정보시스템을 재구축한다는 방침이어서 재구축 시기를 대폭 앞당기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대학병원의 경우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돼 있는 보고체계의 통일이 필요하다는 것도 지적됐다. 반대로 금융부문은 점검대상 5개 기관에서 문제를 완료했거나 변환을 80% 이상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는 외부기관과의 연계 테스트도 준비하고 있는 등 가장 빠른 진척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