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송장비 업체들이 세계적인 방송장비 전문업체인 캐나다 리치사의 대리점 계약을 따내기 위한 물밑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컨버터 등 방송 주변장비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등 그간 세계시장에서 상당한 수익을 올려온 리치가 작년 말 같은 분야의 경쟁업체인 영국 테크니치사와 미국의 비디오서버 업체인 ASC사를 잇따라 흡수·합병, 계열사가 3개사로 늘어나자 이들 사업분야를 통합키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리치는 올들어 미주·유럽시장에 이어 아시아지역에서의 업무통합작업을 가속화하고 있는데 현재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곤 실무작업을 거의 마친 것으로 알려져 국내 업체들도 이에 대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영도상사가 오랜 기간 동안 리치사와 방송장비 대리점 계약을 맺어왔으며 올 초부터는 ASC사 관련업무도 새로 맡았다. 시온미디어는 테크니치사와 국내 대리점 계약을 맺고 있다. 따라서 업계는 리치사의 방송장비사업 통합에 따른 국내 통합대리점 따내기 경쟁이 시온미디어와 영도상사 등 양사로 압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영도상사에서 그동안 영업을 이끌어온 권율 부장이 지난 9월 초 리치 대리점을 하겠다며 별도법인인 제네시스를 설립하면서 경쟁구도가 「3파전」으로 확대되는 등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다.
이처럼 리치사의 대리점 희망업체가 늘어난 것은 일본의 경우 소니가 관련시장을 거의 독식하고 있어 리치사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리치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 IMF 한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사업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특히 비디오서버의 경우도 현재는 미국의 텍트로닉스와 HP 등이 국내시장을 양분하고 있으나, ASC사의 제품이 성능대비 가격경쟁력이 뛰어나 적어도 10∼20% 정도는 시장을 차지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업계는 리치사의 한국내 대리점 통합작업이 늦어도 연말까지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이들 3사가 모두 캐나다 리치 본사에 대리점을 맡겠다고 공식적인 의사를 타진해 놓고 있으며, 아시아지역 본사인 홍콩지사에서도 이른 시일 내에 고위 책임자가 방한해 실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들 3사는 리치사의 통합대리점권을 확보하는 업체는 앞으로 국내에서 텍트로닉스나 HP 등과 걸맞은 방송장비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는 결정적인 기회를 갖게 되나, 그렇지 못할 경우 사업지속 여부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고 사운을 건 한판승부를 불사한다는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김위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