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주전산기사업 퇴출 "위기"

 국산 중형컴퓨터인 주전산기사업이 극심한 판매부진으로 퇴출위기에 몰리고 있다.

 현대전자·삼성전자·LG전자·대우통신 등 주전산기 4사가 올들어 지난 8월 말 현재 판매한 주전산기는 총 2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백15대)에 비해 무려 77% 정도 감소세를 나타내 사업 지속성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지난 8월 말 현재 주전산기업체별 판매실적을 보면 현대전자가 15대를 공급했으며 삼성전자 10대, LG전자와 대우통신이 각각 1∼2대를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가 주전산기를 공급한 수요처도 민간업체는 거의 없고 군청·시청·교육청 등 공공기관 등에 한정돼 있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주전산기업체들은 10여 년간 추진해 온 주전산기사업에 대한 일대 정비작업에 나섰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주전산기사업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 사업을 총괄지휘해 온 유승화 전무를 최근 경질하고 강호문 전무를 기용했다. 또한 이 회사는 서비스 및 영업조직 등 총 5백여명의 인력을 각각 서울통신과 삼성SDS 등에 이관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신국산주전산기 공급 경쟁에서 현대정보기술(당시 현대전자)에 밀려 자존심이 크게 상한 데다 조달시장 개방으로 신국산주전산기사업 전망도 갈수록 어려워질 조짐을 보이자 이 사업에 대한 재검토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현대정보기술(대표 김택호)은 현대전자의 주전산기사업을 전개해 온 정보시스템사업부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이 사업의 총책임자인 표삼수 전무 대신 황시영 상무를 내세워 주전산기사업에 대한 축소작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NT서버 등을 개발해온 미국 현지법인 액실컴퓨터를 정리한 데 이어 주전산기 개발 및 영업인력 등에 대한 대규모 감원을 실시했다.

 현대정보기술은 앞으로 주전산기사업이 적자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이 사업에서 과감히 손을 뗀다는 방침 아래 수익을 낼 수 있는 외산 시스템의 공급을 통한 시스템통합(SI) 업무에 주력키로 했다.

 LG전자(대표 구자홍)는 적자부서의 사업을 한계사업으로 규정, 과감히 정리한다는 기본 원칙 아래 지난해 말부터 주전산기사업의 대폭적인 축소작업을 단행해 왔다. 이 회사는 지난 4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주전산기사업과 관련한 영업을 포함한 연구개발(R&D) 및 공장인력들을 대상으로 1백80여명의 인력감축에 들어간 데 이어 적자상황이 지속될 경우 연말까지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키로 했다.

 이 회사는 주전산기사업이 지지부진하자 이달 중에 본사의 기술총괄대표이사(CTO)인 김종은 전무를 영입, 이 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작업과 함께 조직개편을 단행할 계획이다.

 주전산기 보급실적이 최하위인 대우통신(대표 유기범)도 국산주전산기 사업에 대한 이점이 거의 없다고 보고 이 사업을 점차 정리해 나가는 대신 IBM의 유닉스서버인 「RS/6000」 등 외산 기종의 판매에 주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컴퓨터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주전산기사업이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외산기종에 비해 가격대 성능비가 뛰어난 신국산주전산기를 적극 활용하면서 그동안 유닉스웨어로만 국한돼 온 운용체계(OS)를 솔라리스와 HP-UX 등으로 확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관수시장은 물론 민수시장으로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