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 메모리를 탑재한 셀러론 CPU의 출시를 계기로 오버클로킹(Overclocking)에 대한 공방이 또 한차례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셀러론 CPU의 오버클로킹이 시스템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주장과 이에 맞서 「셀러론 CPU의 오버클로킹은 오히려 기존 CPU보다 성능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상반된 견해가 주요 내용이다. 오버클로킹은 제조업체가 내놓은 CPU의 클록주파수를 사용자가 임의로 바꿔 시스템의 성능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과거 용산 등지에서 유포돼 문제가 됐던 리마킹도 오버클로킹을 이용한 것이지만 내용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CPU의 성능표시를 바꿔 가격을 높게 받던 리마킹은 사용자에 대해 조립업체가 사기를 벌이는 범죄행위인 데 비해 오버클로킹은 사용자가 직접 PC를 조립하는 과정에서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좀더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시도라 할 수 있다. 기존의 오버클로킹 방법은 비교적 단순해 마니아가 아니어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CPU의 성능이 표시된 클록수보다 30%정도 높은 수치로 주파수를 조정, 펜티엄 90㎒를 1백㎒로, 1백㎒를 1백33㎒ 등으로 높이는 게 일반적이었다. 오버클로킹을 위한 주의사항도 오버클록이 쉽게 되는 메인보드와 온도가 높아지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CPU 쿨링팬, CPU 전압설정 등만 체크하면 됐다. 그러나 오버클록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인텔사의 제품에 최근 「멀티플라이어 제한」 정책이 적용되고, 여기에 PC환경의 고급화가 진행되면서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다.
멀티플라이어 제한이란 CPU의 버스 속도의 배수를 제한하는 것. 이러한 제한이 적용된 CPU는 셀러론부터다.
올해 초 출시된 셀러론은 인텔이 경쟁업체인 AMD와 사이릭스 등의 저가형 제품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보급형 CPU. 원가비중이 높은 L2 캐시메모리를 없앤 제품이 바로 초기 셀러론이었다.
그러나 성능상 사용자들의 항의가 높아지고 경쟁업체의 공세도 거세지자 셀러론에 최소한의 캐시메모리를 탑재한 셀러론A라는 새로운 모델을 내놓게 됐다.
저가형 CPU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셀러론A는 펜티엄Ⅱ의 5백12KB 캐시보다 약간 작은 1백28KB 캐시를 갖춘 3백㎒ 제품과 3백33㎒ 제품.(3백33㎒부터는 셀러론A에 A를 뺌)
문제는 이들 셀러론 제품이 그래픽 전문가들을 제외하고는 게임이나 일반 애플리케이션 사용자에게는 동급 펜티엄Ⅱ와 거의 차이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성능이 우수하다는 데 있다.
이를 입증하듯 처음 출시된 9월 캐시를 갖춘 셀러론(멘도시노)과 동급의 펜티엄Ⅱ는 약 1백 달러(13만원)의 차이가 났지만, 이후 계속 차이가 줄어들고 있으며 멘도시노보다 하위 기종(2백66, 2백33㎒ 등)의 펜티엄Ⅱ는 이달 들어 단종돼 버렸다.
인텔측도 향후에는 하위기종은 셀러론으로, 상위기종은 펜티엄Ⅱ로 사실상 정립될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있을 정도로 신형 셀러론의 성능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바로 이 때문에 비교적 부가가치가 높은 펜티엄Ⅱ와 셀러론의 차별성을 유지하기 위해 셀러론의 오버클로킹을 막고자 도입한 정책이 멀티플라이어 제한이라고 오버클록 마니아들은 주장하고 있다.
셀러론 300A의 경우 버스속도(FSB) 66㎒의 4.5배이고, 셀러론 333은 역시 66㎒의 5배로 설정돼 있다. 여기서 버스속도를 바꿀 수 있지만 4.5배, 5배의 배수는 바꿀 수 없도록 해 놓은 것이 바로 멀티플라이어 제한이다. 대응 제품인 펜티엄Ⅱ 프로세서의 버스속도가 1백㎒를 기본으로 하는 것에 비하면 같은 속도라 해도 차이가 난다.
따라서 셀러론을 오버클로킹하려면 배수는 바꿀 수 없고, 버스속도만 바꿔야 하기 때문에 셀러론 300은 1백㎒×4.5인 4백50㎒로 3백33은 1백㎒×5인 5백㎒로 오버클로킹을 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바로 여기서 양측의 주장에 상반된 견해가 발생한다. 기존에는 많아야 30% 정도의 오버클록을 시도했으나 셀러론의 경우는 최대 1.5배까지 증가시켜야 한다는 것. 오버클록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속도를 높였을 때 나는 열이다. 속도가 평균치보다 높아질수록 온도도 비례해서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1.5배로 버스속도를 높이면 열은 엄청나게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인텔코리아의 윤상한 이사는 『셀러론에서의 오버클록은 CPU의 고장을 불러오기 쉬우며, 성공한다 해도 CPU의 수명을 1년 이내로 당길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며 셀러론의 오버클록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CPU의 온도는 섭씨 85도까지는 견딜 수 있지만 운용하는 애플리케이션뿐 아니라 쿨링팬, 케이스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하이텔 하드웨어동호회 시솝 정세희씨는 『오버클로커들은 케이스를 아예 열어놓고 이용하거나 이중팬 설치가 가능한 특수 케이스를 갖춘다』고 밝혀 오버클록의 어려움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오버클로커들의 시도는 이러한 위험성에도 쉽게 수그러들지는 않고 있다. PC통신의 관련 동호회에는 연일 셀러론의 오버클록 시도와 성공담들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가격적인 매력이 너무나 크다는 데서 기인한다. 예를 들어 1백28KB의 L2 캐시를 갖춘 셀러론 300A를 오버클로킹 했을 경우 신형 펜티엄Ⅱ 4백50㎒와 비슷한 성능을 낸다. 하지만 가격을 비교해 보면 셀러론 300A가 24만원대인 데 비해 펜티엄Ⅱ 4백50㎒는 무려 1백8만원대에 이른다. 가격면에서 웬만한 PC가격만큼의 차이가 나는 걸 감안하면 충분히 모험을 할 만하다는 것이 오버클로커들의 주장이다.
특히 IMF의 영향으로 용산 등에서는 아직까지 조립 PC의 경우 1백만원대의 셀러론 2백66㎒ CPU를 탑재한 PC가 일반적이고 대기업 PC 제품도 셀러론 2백66㎒나 고급형도 펜티엄Ⅱ 3백㎒급 정도여서 1백만원대로 최고급형 PC를 꾸밀 수 있다는 것은 마니아들에게는 놓칠 수 없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PC통신 동호회에 올라온 오버클로커들은 한결같이 『셀러론의 오버클로킹이 까다롭긴 하지만 몇 가지 주의사항만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오버클록을 잘 지원하는 메인보드와 특정한 날짜에 특정한 나라의 공장에서 출시된 CPU를 구하고, 냉각팬과 케이스 환기, 전압설정을 정확히 해주면 무난히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미국에서는 오버클로킹의 성공 사례를 유력지인 인포월드에서 소개할 정도다. 또 오버클록을 해 튜닝한 PC에 대해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회사까지 등장한 상황이어서 앞으로 오버클로킹 열풍은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PC의 각 부품들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한 초보자들은 섣불리 오버클로킹을 시도하다가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구정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