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다루지 못하는 이들을 가르켜 「컴맹」이라고 부른다. 아무리 정보시대라 하지만 아직도 컴퓨터를 접하지 않은 사람들이 국민 대다수다.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기보다는 다룰 필요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주류가 컴퓨터를 다루지 못하고서는 일상생활을 영위하기가 몹시 불편하다.
그래서인지 컴퓨터는 이 시대에 필수적으로 익혀야 하는 분야로 정착돼 어릴 적부터 자녀들의 컴퓨터 교육에 매진하는 학부형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컴퓨터를 너무 숭상하다 보니 우리가 잠깐 비껴가는 대목이 있다.
그것은 영어교육이다. 영어를 몰라도 컴퓨터를 다루는 데 큰 지장은 없다. 그러나 컴퓨터 초보자를 뛰어넘고 보면 간단한 명령어부터 인터넷 화면에 뜨는 콘텐츠까지 온통 영어 일색이다.
영어를 제대로 습득하지 못하면 컴퓨터를 다룬다 해도 그 내용을 완전히 내것으로 만들지 못할 정도다.
여기서 생각할 문제는 컴맹이 아니라 영어능력이다. 우리는 대개 중학교 때부터 대학에 이르는 동안 영어를 필수적으로 학습한다.
그러나 사실상 영어능력에 대한 일반적 수준이 대단히 낮다. 우리 말과 어순이 달라서일까, 문화적 차이 때문일까. 아니면 교육방식에서 오는 것일까.
대학을 졸업했다 해도 영어회화를 제대로 못하고 영작도 엉망이며 심지어 단어실력의 부족으로 독해력도 취약하다.
영어실력이 없다는 게 창피한 것은 아니지만 내세울 것도 못된다.
영어실력이 취업의 기준이 되기도 하고 유학 때 장학금 결정의 요인도 된다.
조금 과장하자면 요즘 같은 국제화시대에서 국민들의 영어실력은 국력과도 연결된다.
그런데도 우리의 영어실력은 썩 좋질 못하다. 어느 국가에 못지않은 높은 교육열에 비하면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영어능력은 컴퓨터와도 관계가 깊다. 영어능력이 짧아서는 컴퓨터에서 공급되는 내용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할 뿐더러 컴퓨터를 이용해 어떤 창의력도 발휘하기가 어렵다.
영어는 만국공통어인 동시에 컴퓨터 세계에서도 기본 언어다.
따라서 컴맹 운운하며 컴퓨터를 다룰 줄 아느냐에 신경 쓰는 만큼 영어 독해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대학과정을 마치고도 영문 편지 한 줄 못 쓰고, 눈앞에 외국인이 나타났을 때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수준으로 컴퓨터를 다룬다고 자부할 수 있겠는가.
우리의 컴퓨터 교육에 있어서도 무엇인가 순서가 크게 바뀐 게 아닌가 싶다.
<전석호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