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정보 유통의 문제는 일부 사람들만 컴퓨터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장인이나 학생들은 물론 40∼50대 장년층이나 주부들까지 인터넷과 컴퓨터를 활용하는 정보사회가 된다면 아이들만 숨어서 보는 음란물의 유통은 자연스럽게 차단될 것입니다.』
최근 정보통신윤리위원장을 맡은 박영식 광운대 총장(64)은 『10대 청소년들은 컴퓨터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데 정작 이를 지도해야 할 교사나 부모들은 컴맹인 현실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부모들이 컴퓨터 문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보다 개방적인 환경에서 컴퓨터를 활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콘텐츠 제공업체나 이용자들이 자율적으로 건전한 정보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중점을 둘 계획입니다.
정보제공자(IP)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대신 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교사나 학부모·청소년을 위한 정보통신윤리 교재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입니다.
또 학부모정보감시단·YMCA 등 시민단체와의 연대도 강화하려고 합니다.』
이외에도 박 위원장은 건전한 정보를 정착시키기 위해 음란물 차단 소프트웨어의 보급, 인터넷 등급제 조기도입, 정보통신 윤리 관련단체와의 국제협력 등의 활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얼마 전 PC통신 관계자들이 무더기로 재판에 계류된 것과 관련해서 박 위원장은 『최근 음란물의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마련했다』며 『앞으로는 정보제공자들이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정보에 대해서만 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도록 하고 적합판정을 받은 정보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보호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연세대 총장과 교육부장관을 역임한 박 위원장은 정보공직자윤리위원장으로 오랫동안 활동해 왔을 만큼 강직한 성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 윤리문제에 관해선 의외로 유연한 생각의 소유자다.
『70년대에 처음 미국에 가서 성인 전용극장을 보고 「이 나라 얼마 안가 곧 망하겠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지요.
음란물이나 성에 대한 의식도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윤리위원회의 역할은 너무 급격한 변화로 생기는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는 것입니다.』
박 위원장은 사회적 기준이나 가치에 대한 변화는 인정하지만 변화의 속도만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이 컴퓨터와 통신을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광운대 총장 취임 후 정보센터를 오픈하는 등 정보화에 적극적인 박 위원장이지만 정작 그는 컴퓨터에 대해선 초보자다.
아직도 원고지를 마주해야 생각이 잘 떠오르고 컴퓨터를 켜도 워드프로세서 외에는 할 줄 모른다.
『오래 전부터 생각은 했지만 컴퓨터를 배울 기회를 갖지 못했습니다. 총장과 장관 시절에는 바쁜 업무 때문에 여유가 없었고 비서가 많은 일을 대신 처리해주니 별로 필요도 없었지요.
워드프로세서도 최근에야 배웠습니다. 이제 인터넷과 전자우편을 공부해 볼 작정입니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박 위원장이 정보통신윤리위원장으로써 어떤 활동을 펼쳐나갈지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장윤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