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넷의 김종길 사장(57)은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케이블TV망을 이용한 고속 인터넷서비스를 제공, 모뎀 위주의 온라인서비스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것이다. 김 사장으로서는 82년 삼보컴퓨터, 92년 나래이동통신의 초대사장을 맡은 데 이어 세번째 도전인 셈이다.
오랫동안 경영일선에서 사령관을 맡아 실전을 통해 단련된 김 사장이지만 그도 지치고 힘들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는 가까운 친구들을 찾아 바둑을 두며 마음을 다스린다.
『제가 바둑을 좋아해선지 주위에도 바둑을 즐기는 사람이 많은 편입니다. 고향 안동 동기모임의 안기회, ROTC동기회 회원들끼리는 정기적으로 만나 바둑을 두지요. 또 대학친구나 친척들을 만나도 바둑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의 바둑실력은 아마 3단. 여간해서는 맞두는 사람을 만나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기력이다. 그래서 상대와는 4∼6점을 깔고 두는 경우가 많다.
『조그만 바둑판이지만 그 안에서 인생과 기업을 경영하는 철학을 배웁니다. 포석을 놓아야 할 때도 있고 한판 결전을 벌여야 할 때도 있지요. 바둑을 두면 기획력과 통찰력·판단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승부사적 기질」과 「관조하는 마음」을 함께 기를 수 있는 것이 바둑』이라는 김 사장은 바둑에 대해 『반드시 배워야 할 취미』라고 강조한다.
김 사장이 바둑을 배우게 된 것은 어린 시절 사랑방에 모인 어른들이 바둑 두는 모습을 어깨 너머로 구경하면서부터. 어른들 흉내를 내며 한수 두수 배우기 시작한 김 사장은 대학에 들어와서는 본격적으로 바둑에 빠져들었다. 바둑에 정신을 뺏겨 강의시간에 늦기도 하고 「딱 한판」을 약속하고 기원에 갔다가 아예 학교를 결석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의 바둑실력이 일취월장한 것은 군대시절. 같이 근무한 병사 중에 고수가 있었던 것이다.
『대학 졸업 후 ROTC 1기로 입대했습니다. 덕분에 다른 사람보다 시간여유가 있었지요. 부하 중에 바둑을 잘 두는 친구가 있었는데 틈만 나면 불러놓고 바둑을 뒀어요.
그때는 대부분 내가 이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친구가 알아서 져준 것 같습니다.』
요즘 김 사장은 온라인바둑을 즐긴다. 두루넷에서 바둑서비스를 개시했기 때문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좋아하는 바둑을 두는 것은 물론이고 사원이나 고객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게 김 사장의 말이다.
김 사장에게는 바둑이 고객과 직원들을 만나는 또 하나의 열린 창인 셈이다.
<장윤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