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업실> 한림대 난청클리닉 이정학 교수

 컴퓨터의 용도는 무수히 많다. 글자를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업부터 통신을 하고 정보를 얻는 것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컴퓨터가 의료분야에 활용되면 의사들이 질병을 진단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정학 한림대 난청클리닉 소장(이비인후과 교수·43)은 컴퓨터를 의료분야에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대표적인 사례. 그의 사무실에 들어서면 우선 지난 96년 구입한 펜티엄PC와 레이저프린터가 눈에 들어온다. 외견상 우리가 일반 사무실에서 보던 것과 다른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 컴퓨터는 미세한 청각장애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각종 첨단 진단장치와 결합해 괴력을 발휘한다. 청력·중이·이음향·청신경 검사기 등의 진단장비가 바로 그것들이다.

 사실 이들 진단장비라는 것도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컴퓨터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예를 들어 청력 검사기는 음 발생기에서 나는 소리를 인체의 청각기관이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지 검사하는 장비지만 그 안에는 펜티엄급 PC가 기본 내장돼 있다.

 이들 진단장비에서 청각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후 이에 가장 적합한 보청기를 선택하게 되는데 이 때 사용되는 프로그램이 바로 노아(Noah)다.

 노아 프로그램을 사용하면 펜티엄급 PC에서도 각종 진단장비에서 생산된 청각장애 데이터를 종합 진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에 가장 적합한 보청기를 착용했을 때 기대되는 청력교정 상황도 정확하게 모의실험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연세대 불문과(75학번)를 졸업한 후 대학원에 진학해 심리학을 공부할 때 자연스럽게 청각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미국으로 유학, 조지아대학에서 청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약 10년 동안 미국 병원에서 임상의사로 활동했다.

 이 교수는 지난 85년 미국에 유학갈 때까지만 해도 컴퓨터를 사용해본 경험이 전무했다.

 그가 미국에서 처음 접했던 컴퓨터는 XT기종이었으며 그 후 386·486컴퓨터를 구입, 주로 리포트와 논문작성 등에 사용했다. 그러던 그가 청각학을 본격적으로 연구하면서 이제 의료분야도 의사들의 지식이나 느낌만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데서 벗어나 컴퓨터를 활용해 보다 과학적으로 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필요를 느끼게 됐다.

 그는 미국으로 건너간 지 꼭 10년 만인 지난 95년 귀국, 한림대 이비인후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미국에서 배운 첨단 의료기법의 국내 도입을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한림대는 그 이듬해 각종 청각장애인들의 진찰에서부터 처방까지 한 곳에서 모두 첨단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는 국내 최고 수준의 난청클리닉을 개설했다.

<서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