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프로그래머들의 화두는 「블로트웨어(Bloatware)의 군살빼기」다. 「블로트웨어」란 말 그대로 허풍선이 소프트웨어. 꼭 필요한 기능만 넣었으면 홀쭉해질 수 있는데도 쓸 데 없는 부가기능 때문에 덩치만 커진 프로그램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불과 3, 4년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 사용자들은 무조건 비만형을 선호했다. 윈도95의 등장과 하드디스크드라이브의 대용량화 덕분에 뚱뚱한 제품이 인기를 누릴 수 있었던 것. 특히 플로피디스켓 대신 CD롬 버전이 늘어나면서 개발업체들은 6백40MB라는 엄청난 공간을 채우기 위해 고심해야 했다.
상황이 역전된 것은 데스크톱환경과 인터넷이 통합되면서부터. 이제 블로트웨어들은 속도 저하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통합형 제품뿐 아니라 패키지 소프트웨어들 중에도 용량이 커서 부담스러운 제품들이 많다.
그래서 부쩍 각광받고 있는 것이 바로 프로그램 엔진을 개발할 때 기능그룹별로 모듈을 컴포넌트화하는 솔루션이다. 쉽게 말하면 프로그램을 실행시켰을 때 전체 모듈을 메모리에 로딩시키는 대신 기본모듈만 올려 놓고 사용자가 특정한 기능을 선택했을 때 해당 모듈이 추가되는 방식.
이 같은 기술의 진화와 함께 소프트웨어 유통에도 일대 변화가 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고한다. 앞으로 몇년 내에 패키지 소프트웨어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인터넷 다운로드 판매가 자리잡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제품을 통채로 산 다음 최소사양으로 설치하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원하는 컴포넌트별로 다운로드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설명.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이미 군살을 뺀 소프트웨어도 눈에 띈다. 로터스사의 「e스위트」가 대표적인 제품. 「스마트스위트」의 몸집을 대폭 줄인 통합 프로그램으로, 웹을 통해 서버에 접속한 후 업무에 필요한 태스크를 실행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게 특징이다.
한글과컴퓨터사에 따르면 내년에 출시될 「아래아한글5.0」에도 기능별로 DLL을 분리, 실행속도를 높이는 등 다양한 모듈 컴포넌트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다. 또 지난 6월 큰사람정보통신이 출시한 「이야기7.7」은 최소설치 용량이 겨우 3MB. 「97이야기」의 경우 최대 30MB, 최소 15MB의 용량을 차지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아직 비만형 소프트웨어의 전성시대는 끝나지 않았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경량급 프로그램을 샀다가 나중에 필요한 기능이 없어 불편할 지 모른다는 노파심 때문에 최고사양을 고집한다는 것.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컴퓨팅환경에서 소프트웨어의 미래를 예측하기란 힘들다. 하지만 기능이 강력하면서도 가볍고 빠른 소프트웨어가 각광받을 것이라는 사실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