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책에 CD롬을 부록으로 제공하는 멀티미디어 출판이 전세계적으로 큰 붐을 일으키고 있다. 올해로 50회를 맞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나타난 세계 도서시장의 가장 큰 흐름은 이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다.
지구촌 최대 책 잔치로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이 도서전에는 1백5개국 9천여개의 출판사가 참여해 그 면모를 과시했다.
우선 전시장 규모만도 17만9천여㎡로 축구장 25개와 맞먹는 수준. 전시서적도 지난해 30만여종에서 36만여종으로 늘어났다.
특히 올해 전시회에 참여한 출판사 가운데 1천7백82개사는 CD롬이나 플로피디스켓·테이프 등 소위 뉴미디어와 종이 책을 결합한 형태의 출판을 선보였다.
출판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이 종이 책과 멀티미디어가 만나는 새로운 출판의 표준화라고 정의한다. CD롬 출판은 법·교육·의학 서적 등 전문서적 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이들 가운데 미국의 맥그로힐사는 심장학·신경학 등 의학 전문서를 CD롬과 함께 선보였고, 영국의 루트리지사 역시 방대한 심리학 백과사전을 CD롬과 함께 낼 정도로 이제 멀티미디어와 종이 책의 「동거」는 출판의 대세임을 보였다.
서적의 CD롬화 못지않게 두드러진 현상 중의 하나는 실용서가 크게 약진했다는 점. 순수 문학서의 발걸음이 주춤해진 반면 컴퓨터·건강·세금계산 등을 독자 스스로 하게끔 도와주는 생활 실용서 및 「셀프 헬프(Self-Help)」 관련서적은 출간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레저 분야 관련서적도 급성장해 지도·여행안내·명소소개 등을 소재로 마련된 「관광관」은 16개 전시관 중 하나로 당당히 분류될 정도. 이와 함께 미국의 하버드, 영국의 캠브리지·옥스퍼드 등 대학 출판사들이 출품한 멀티미디어 출판물의 비중도 크게 늘어 부스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최태경 두산동아 사장은 『특히 백과사전·아동도서·외국어·여행·문화재·예술품 등의 분야는 이미 CD롬 출판이 일반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출판사로는 컴퓨터 서적 전문 출판사인 영진과 성안당을 비롯해 문학사상사·푸른숲·고려원·현암사 등 17개 출판사가 각각 도서 전시대를 마련하고 자사의 도서 홍보와 수출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분주히 활동했다.
또 대한출판협회는 3명의 통역요원을 배치, 한국 출판사와 외국 출판사간의 저작권 계약체결 때 통역을 담당하도록 배려했다.
김도윤 영진출판사 기획팀장은 이번 도서전의 가장 큰 특징으로 『최근 외국 출판사들이 전세계 출판시장에 대한 조사를 크게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별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각국의 언어로 번역·출판된 서적을 함께 전시했으며 또 한 해에 8백여권의 신간을 출간하는 컴퓨터 출판 거인 맥밀런도 회사의 주인이 여러 번 바뀌면서 조직이 개편된 이후에 훨씬 정돈되고 체계적인 모습을 과시했다고 전했다.
한편 컴퓨터 서적의 출판동향을 보면 윈도98 이후 선보일 「오피스2000」 「윈도NT」 「인터넷」 관련서적들이 대거 출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