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고된 바에 따르면 남극 상공의 오존 구멍이 북미 대륙 전체를 합친 것보다 더 커졌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자연현상을 그대로 방치하면 우리 일상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여름에 해수욕장에서 살갗을 과도하게 노출하면 가벼운 화상을 입게 된다. 물집이 생겨 터 버리고, 한동안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새살이 돋는다. 이것은 태양광선에 섞여 있는 자외선이 피부 세포를 죽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자외선은 전량이 지구표면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다. 성층권에 깔린 오존층이 상당 부분을 막아주고 있다. 그런데 인간이 만들어낸 불화염화탄소(CFC) 등의 공해 물질들이 오존층을 점점 침식하고 있는 것이다.
자외선에도 빛의 파장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가 있는데, 지구상의 생물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파장이 2백40∼3백20㎚(나노미터:10억분의 1m)의 자외선이다. 파장이 짧을수록 더 위험하다. 해수욕장에서 우리 피부를 태우는 자외선은 파장이 2백90㎚ 이상이며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 치명적인 것은 2백90㎚ 이하의 자외선이다.
오존이 막아주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위험한 단파장 자외선들이다. 산소원자 세 개가 결합되어 있는 무색의 기체인 오존은 화학적으로 그다지 안정스런 물질이 아니라서 다른 원소들과 쉽게 반응하며 소멸되어 버린다. 오존층이 있는 16㎞ 상공의 성층권은 공기밀도가 희박해서 반응물질이 별로 없을 따름이지 오존은 꾸준히 자연 감소한다. 이것을 보충해주는 것은 태양으로 태양광선이 산소분자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오존이 생겨나는 것이다.
오존층이 자외선을 막아준다고 하면 무슨 우산 같은 것이 빗방울을 막아내는 장면을 연상할지도 모르지만, 실제 원리는 그와 딴판이다. 태양의 자외선이 오존 분자를 분해해버리고, 그 과정에서 자외선은 무해한 열에너지로 바뀐다. 지구에 생명체가 존재하게 된 것은 아득한 옛날부터 이 오존층과 태양 자외선과의 싸움이 평형 상태에 도달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인간이 공해물질을 만들어내면서 상황이 변한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낸 합성물질, 즉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물질들 가운데서 오존을 파괴하는 것은 열 가지가 넘지만, 그 중에서 CFC가 가장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CFC는 스프레이 깡통의 분무제나 냉매 등으로 매우 광범위하게 쓰이는 물질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30년대에 처음으로 CFC가 만들어진 이래 이제까지 제조된 거의 전량이 대기중에 떠다니고 있다고 한다. CFC가 위험한 이유는 매우 안정된 물질이라 자체 붕괴나 파괴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존을 파괴하는 촉매제라는 사실이다. 촉매란 자기 자신은 전혀 변하지 않으면서 다른 물질들의 화학반응을 돕는 물질이다. CFC 분자 하나가 대기 중에서 조그만 수분이나 얼음 알갱이에 붙는 경우, 우연히 오존분자와 만나면 즉각 파괴해버린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오존은 상당히 불안정한 물질이라 쉽사리 다른 원소와 반응해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오존 분자 하나를 없애버린 CFC분자는 멀쩡하게 대기를 떠돌아다니다가 또 다른 오존을 파괴한다. 그러므로 극소량의 CFC만 있어도 그보다 수천 배 이상 분량의 오존이 파괴되는 것이다. 마치 단단한 돌멩이 하나가 계란들을 계속 깨고 다녀도 끄떡없는 이치와 같다고나 할까.
남극 상공의 오존층 구멍 발견에는 웃지 못할 비화가 있다. 미국의 기상위성 님버스 7호가 남극 상공을 지나면서 오존의 감소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학자들은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치는 일종의 착오로 간주해서 기록에서 제외하도록 컴퓨터 프로그램을 짜 놓았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학자들이 미처 눈치채지 못했을 뿐, 기상위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오존이 감소하는 현상을 충실하게 기록하고 있었다. 학자들이 뒤늦게 이러한 현상을 눈치챈 것은 82년의 일이었다.
<박상준·과학해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