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광장> BCI 소프트, "재미없으면 바꿔줍니다"

 『게임도 재미 없으면 리콜(Recall) 됩니다.』

 요즘 이런 말로 게이머들을 솔깃하게 만드는 게임유통사가 있어 화제다. PC게임 총판사인 BCI소프트는 게임을 사서 일단 해보고 마음에 안들면 다른 제품과 바꿔주는 「게임리콜제」를 선언했다. 오는 23일부터 11월 말까지 「에이리언 슬레이어」를 구입하는 고객이 9일 이내에 매장으로 제품을 가져오면 「토털 어나이얼레이션」을 비롯, 외산대작 세작품 중 하나와 교환해준다는 것.

 「리콜(Recall)」이란 원래 품질에 문제가 있거나 안전상 치명적 결함이 발견된 제품을 수리 또는 교환해주는 제도다. 자동차라든가 정수기, 컴퓨터와 같은 고가제품이 리콜의 단골품목으로 꼽힌다. 최근엔 인터넷 ISP나 이동통신 업체들도 접속속도나 통화품질에 따라 요금을 환급해주는 「서비스 리콜제」를 도입하는 추세다. 하지만 게임리콜을 하겠다고 나선 업체는 BCI소프트사가 처음이다.

 이 회사의 리콜 대상 게임인 「에이리언 슬레이어」는 디지털 임팩트사가 제작한 롤플레잉 게임. 리콜을 받으려면 고객 등록카드와 구입날짜가 표시된 영수증을 가지고 서울 용산구 원효로에 위치한 BCI소프트로 찾아가거나 제품을 우송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 회사가 공급하는 게임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파격적인 조건은 아니다.

 GTI사가 제작한 「둠」 스타일의 1인칭 액션 게임 「언리얼」, 케이브독사가 만들어 지난해 최고 히트작으로 기록된 「토털 어나이얼레이션」(미션 포함 합본), 그리고 마법카드를 사용하는 독특한 형식의 전략게임 「세븐스 리전」이 후보작들. 유통가격 기준으로 차액도 부담해야 한다. 판매가격이 같은 「세븐스 리전」의 경우 그냥 바꾸면 되지만 「토털 어나이얼레이션」은 6천원, 요즘 한창 인기있는 게임인 「언리얼」은 8천원을 더 내야 한다.

 이번 행사는 알고 보면 리콜이라기보다 판촉성 프로모션에 가깝다. 불량품도 아닌데 재미가 없다는 이유로 제품을 바꿔주는 것은 리콜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게임시장에 불어닥친 한파를 방증하는 프로모션」으로 진단하기도 한다.

 아무리 공들여 만든 작품을 내놓아도 S사·D사 등 몇몇 스타급 개발사의 시리즈물이 아니면 빛을 보지 못하는 국산 게임시장의 현주소가 만들어낸 궁여지책이라는 것. 사실 「에이리언 슬레이어」는 신작이 아니라 이미 2개월 전에 출시된 작품이고 이미 구입한 고객은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같은 설명은 설득력을 지닌다.

 하지만 BCI소프트측은 품질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이같은 행사를 기획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에이리언 슬레이어」가 신제품은 아니지만 최근 LG인터넷의 「엠플레이어(http://www.mplayer.channeli.net)」를 통해 네트워크 게임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라는 것. 수출도 호조를 보여 지난달에 미국과 대만에 계약이 체결된 후 독일·일본과도 협상이 진행중이라는 설명이다. 이 회사의 게임유통 담당자는 『이번 행사가 성공을 거둘 경우 다른 게임에도 리콜제를 도입할 계획』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게이머들의 입장에서 보면 게임리콜제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게임은 신세대들이 가장 좋아하는 엔터테인먼트이고 「재미가 없는 게임=품질 불량품」이라는 시각에서 보면 게임도 리콜된다는 게 자연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 회사의 게임리콜 행사가 라이프사이클이 짧은 국산게임의 판매증대를 위한 묘수가 될 수 있을 것인지 업계의 눈이 쏠리고 있다.

<이선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