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AST와 재즈의 교훈

 최근 2, 3년간 컴퓨터 관련업체들이 인수 또는 지분참여한 해외투자 기업들이 적자행진을 계속하거나 경영관리가 제대로 안되는 등 「애물단지」 노릇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 중에서도 미국 AST사와 재즈멀티미디어사는 컴퓨터 관련업체들의 투자실패로 본사마저 흔들리면서 위기로 몰고간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지난 95년 삼성전자가 3억7천8백만 달러를 주고 사들인 세계 제5위의 컴퓨터 제조업체 AST사는 인수 당시부터 연속 적자행진을 계속했다. 삼성전자는 AST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지분 1백%를 확보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하지만 AST는 현재 미국 PC시장점유율이 10위권 밖으로 떨어졌고 그나마 중국 시장에서 겨우 버티고 있는 수준이다.  가산전자 역시 세계 멀티미디어시장을 주도하던 재즈멀티미디어의 인수가 자금운용의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본사가 최종 부도처리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가산전자는 재즈멀티미디어의 인수에 따른 자금경색으로 두 차례에 걸친 구조조정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IMF한파라는 파고를 넘지 못하고 좌초해 버렸다.

 우리 컴퓨터 관련업체들이 해외기업 투자에 실패한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지적은 크게 두 가지로 집약된다. 우선 사업특성에 대한 사전 점검없이 무리하게 투자했으며 기업 인수에 치밀한 전략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투자기업의 경영권과 기업문화가 존중돼야 함에도 이를 무시했다는 지적이 높다.

 해외투자는 최고경영자가 거시적인 안목에서 사전단계에서부터 신중한 분석을 거쳐 투자시기와 규모를 제대로 선택해야 한다. 또 현지화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질 때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가산전자는 지명도 높은 해외기업을 인수해놓고도 치밀한 분석과 전략 부재로 인해 곧바로 「수직하락」이라는 최악의 길로 몰고가 버린 것이다.

 또 미국 특히 실리콘밸리에서 고용문제와 기업문화는 경영환경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사항이다. 하지만 AST와 재즈멀티미디어는 인수 초기부터 경영진 교체에 따른 전반적인 고용불안 등으로 현지화가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 아울러 인수기업의 보유기술을 하루빨리 지적 자산으로 전환시켜야 함에도 이를 등한시했다는 지적이 많다. 이들 해외투자 기업의 조속한 경영정상화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