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내수부진 속에서도 양문여닫이를 중심으로 초대형 냉장고 수요증가가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국내업체로는 처음으로 7백ℓ급 안팎의 양문여닫이 냉장고를 내놓은 데 이어 최근 LG전자가 일선 대리점에 디오스냉장고를 본격 출시함으로써 초대형 냉장고 시장에 불을 댕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초대형 냉장고 시장은 삼성전자와 미국 GE 제품이 주도해왔다. 삼성전자는 외산 일변도의 양문여닫이 시장 진출 이후 IMF라는 특수상황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에 7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7백ℓ급 안팎의 초대형 냉장고 시장은 3, 4년 전부터 연 4만대선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LG전자에서 제품을 내놓지 않았다면 내년에도 비슷한 수준에서 머무를 것으로 예상돼왔다.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양문여닫이 시장진출에 단순한 제품 출시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LG전자의 이 분야 진출이 초대형 냉장고, 특히 양문여닫이 냉장고 대중화를 크게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내수 냉장고 시장은 90년대 들어 대형화 추세를 보였다. 수요 중심이 2백ℓ급에서 3백, 4백ℓ급으로 급격히 이전됐고 97년부터는 5백ℓ급 제품이 시장을 주도했다. 그동안의 추세를 볼 때 대형화가 더 진행됐어야 하지만 IMF 이후 외화절약이라는 사회분위기로 인해 정체현상을 보여왔다.
소비자 입장에서 볼때 국산제품은 선택의 폭이 좁고 외산제품을 구입하자니 IMF가 걸림돌이 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계속되고 있는 신도시 건축과 창고형할인점 확산, 이에 따른 주말 쇼핑 문화가 정착되면서 초대형 냉장고에 대한 잠재 수요가 이미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양문여닫이 냉장고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는 LG전자의 시장진출로 업계의 판매경쟁이 불가피하게 됐고 이를 통해 소극적이었던 초대형 냉장고 수요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같은 기대는 LG전자가 15일 제품 출시에 앞서 실시한 예약판매에서 1천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GE 제품을 공급하는 백색가전 등 양문여닫이 냉장고 공급 주요 3사는 내년 시장이 30% 정도 성장해 연간 5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2000년에는 지금의 두배인 8만대 선으로 확대되고 장기적으로는 현재 5백ℓ급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들 대부분이 양문여닫이를 비롯한 초대형 냉장고 쪽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양문여닫이 냉장고 시장경쟁은 국가경제가 IMF 상황에서 벗어날 때까지는 국내업체 경쟁체제에 외산제품의 틈새시장 공략 형태로 나타날 전망이다.
7백ℓ급에서 상대적인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외산제품 공급업체들이 국내에서는 생산되지 않는 8백ℓ급 이상 제품을 주력으로 내세워 차별화된 수요를 공략하고 있는 것도 전체적인 시장을 확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박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