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해외투자가 IMF 이후에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는 큰 폭의 감소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던 당초 전망을 크게 벗어난 것이다.
실제 대우전자의 경우 올 9월까지 총해외투자비가 5천5백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총해외투자비 7천4백만달러의 75% 수준이다. 또 지난 96년 한해 동안 투자한 3천5백만달러에 비해서는 50%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같은 상황은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97년 총해외투자금액은 18억달러. 그러나 올 상반기까지 9억9천만달러를 해외에 투자해 지난해 투자금액을 훨씬 웃돌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자업계가 이처럼 해외투자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일단 IMF 이전에 수립한 중장기계획에 따른 것이지만 수출확대를 위한 전제조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동안 국내 전자업계가 주력해 왔던 전략시장이 경기침체로 큰 타격을 받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해외투자가 늘어나는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올 들어 국내 전자업계의 투자집중 지역은 인도, 태국, 중남미, 아프리카 등 지금까지 국내 전자업체들이 그다지 비중을 두지 않았던 이른바 신시장들이다. 중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CIS 등 국산 전자제품의 주요 수출지역에서의 부진을 신시장 개척으로 만회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국내 전자업계의 해외투자 중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해외 현지생산 및 판매법인에 대한 증자와 지분확대.
삼성전자의 AST, LG전자의 제니스 등 해외 인수법인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대규모 자금지원 외에 현지 합작법인에 대한 증자와 지분확대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현지 합작법인 사업이 호조를 보일 경우 판매극대화를 위해 지분 전체를 인수하거나 또는 사업이 부진할 경우 현지업체의 지분을 인수해 경영정상화를 가능케 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인도와 태국, 팔레스타인 등 현지 합작법인에 대한 증자와 지분인수 등을 통해 경영권을 장악했으며 대우전자도 이란, 폴란드 등에 소재한 현지법인의 지분인수 및 증자를 단행했다.
해외 생산거점 및 판매거점을 위한 투자도 계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우전자가 스페인과 모로코에 대단위 복합가전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를 계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LG전자는 CIS지역, 삼성전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 판매거점을 확보해 이들 지역에서의 판매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전자업계의 해외투자가 IMF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수출확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국내의 외환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현상황에서 대단위 해외투자를 단행할 경우 달러유출이 불가피하지만 과연 투자만큼 수익을 올리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또 일부 전자업계의 해외투자가 현지기업의 부실을 만회하기 위한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지원을 가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본사 차원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전개되고 있는 만큼 해외투자 또한 좀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효율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 이다.
<양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