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TV 美 덤핑규제 완전 해제 의미와 전망

 국내 컬러TV산업이 르네상스를 맞이할 것인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TV시장이 15년 만에 열리면서 국내 가전업계를 들뜨게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 8월 미국법원으로부터 덤핑무혐의 판결을 받은 데 이어 LG전자와 대우전자 또한 미 정부의 일몰재심에 미국내 이해당사자인 미 가전제조업체 노동조합(유니언)이 참석을 포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난 15년동안 한국산 TV의 미국 상륙을 막아왔던 무역규제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생산한 컬러TV를 미국 시장에 아무런 규제없이 수출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는 그동안 국내 가전업체들이 기울였던 눈물겨운 노력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지난 70년 이후 컬러TV는 한국산 전자제품의 수출을 이끌어왔다. 그러나 83년 미국 유니언이 한국산 컬러TV를 반덤핑으로 제소하면서 국내 가전업계는 세계 최대의 미국 시장을 쳐다만 봐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미국의 규제가 시작되면서 매년 연례재심이라는 절차를 통해 덤핑규제의 부당성을 제기했지만 90년까지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물어가며 대미 수출의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고율의 반덤핑관세는 국산제품의 경쟁력을 끌어내렸으며 마침내 91년 한국에서 생산한 컬러TV의 대미수출이 전면 중단되는 사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이에 따른 대안으로 멕시코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TV공장을 건설했으며 여기서 생산한 제품으로 미국 시장에 공급하는 이른바 우회수출전략을 전개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규제가 부당하다며 연례재심을 청구함과 동시에 삼성전자는 법적으로 정면 대응하고 LG전자와 대우전자는 일몰재심이라는 덤핑 관련 규정에 따른 절차를 준비해왔던 것.

 결국 삼성전자가 법정투쟁 결과 승소하고 LG전자와 대우전자도 미국내 제소자인 유니언이 스스로 일몰재심 참여를 포기함으로써 15년에 걸친 미 정부의 한국산 컬러TV에 대한 규제에서 풀려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국내 가전업계가 매년 미 정부로부터 조사를 받으며 수많은 소송비용을 들여가며 법정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만큼 세계 컬러TV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올해 세계 컬러TV시장 규모는 1억2천만대 수준으로 이 가운데 미국은 20%인 2천5백만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수요의 50% 이상이 29인치 이상 대형제품일 정도로 소비수준이 높으며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먼저 미국 시장에서 성가를 높여야 하는 것이 필수적인 과정이다.

 더구나 올 11월부터 세계 처음으로 디지털 HDTV 방송이 시작되면서 디지털TV가 기존 아날로그TV를 대체해 오는 2012년까지 2백억달러라는 방대한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른바 세계 컬러TV시장에 신천지가 열리는 셈이다.

 국내 가전업계가 수많은 비용을 들여가면서 반덤핑규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던 이유도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대우전자 모두 미 디지털TV시장이 열리는 시점에 맞춰 미국의 덤핑규제에서 벗어남으로써 이미 디지털TV 부문에서 미·일 등의 경쟁업체에 비해 한발 앞서가고 있는 국내 가전업계로서는 처녀지를 먼저 차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미국의 반덤핑규제가 마지막은 아니라는 게 통상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즉 어떠한 이유로 미 유니언이 일몰재심에 참가하지 않은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살펴보면 미국 관련업체 및 단체들이 결코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유니언이 내년 4월 시작되는 제16차 연례재심에 다시 한국산 컬러TV를 조사대상으로 신청할 수 있으며 컬러TV가 아닌 디지털TV 등으로 조사대상품목을 변경해 제소할 경우 국내 가전업계는 지난 15년동안 겪었던 과정을 되풀이할 소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대우전자의 한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미국으로 수출을 강력히 원하는 만큼 미국 관련업체나 단체들도 한국산TV의 미국 진출을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은 분명하다』며 『비록 대미 직수출 길이 열렸다고 하더라도 국내 업계 스스로 덤핑소지를 사전에 없애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양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