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캐릭터가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 산업이 가까운 시일 안에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지금은 이 산업의 미래에 대한 막연한 장밋빛 기대나 섣부른 비관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이 산업을 성장시키려는 노력이 아쉬운 때다. 그러나 사이버 캐릭터산업의 미래에 대한 구체적 전망이 없다면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내기란 힘들 것이다.
대표적인 사이버 캐릭터로는 인터넷 공간에서 활동하는 「아담」과 같은 가상의 가수나 도우미들이 있다. 이들은 이미지형 캐릭터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존의 스토리형 애니메이션이나 기타의 정적인 회화적 캐릭터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보이는 캐릭터라기보다는 상호 의사소통하는 캐릭터로서 이해되기를 원하는 것. 이러한 캐릭터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도 그 이미지에서 분명한 인격성을 획득해야 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만화 영화의 주인공들이 그렇다. 따라서 인터넷 환경에서 살아 있는 인물을 창조하고 싶다면 기술적인 면보다 인물의 생생함을 부여하는 요소를 먼저 연구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사이버 캐릭터들은 생생한 인물 전달이라는 고전적 성격 창조의 전제가 미흡하다. 만약 이 점을 접어두고 이 산업이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이는 나무에서 고기를 구하는 격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이버 캐릭터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상이 되는 캐릭터가 얼마나 독자들과 상호 의사소통이 가능한가에 대한 기술 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얼마 전에 선풍을 일으켰던 「다마고치」류의 애완동물 키우기는 가상의 존재가 살아있는 존재로 인식적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애완동물 키우기도 결국 의사소통의 한계로 인해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공학적인 기술의 한계에 의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의사소통에서 정서적으로 환기되는 요소를 연구함으로써 필요한 것들을 충족시킬 수 있다. 말하자면 일상생활의 의사소통을 잘 관찰해 이를 사이버 캐릭터와의 의사소통에 시뮬레이션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치 잘 짜인 대본으로부터 훌륭한 영화나 연극이 탄생하듯이, 잘 짜인 대화의 틀로부터 마음에 와닿는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다.
사이버 캐릭터와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캐릭터 자체가 지능적으로 성장할 필요가 있다. 자연어처리기술은 캐릭터의 지능적 성장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공학적 기술이다. 사실 이 기술이 얼마나 진보하느냐에 사이버 캐릭터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재 상용화하고 있는 「별이」나 「사이버 H.O.T」는 가상의 존재와의 대화나 실존하는 인물과의 가상대화를 통해 사이버 캐릭터와 상호 의사소통하는 기초적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한 대화형 캐릭터들이 앞에서 언급한 이미지형 캐릭터들이나 게임형 캐릭터들과 결합한다면 사이버 캐릭터산업의 미래는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이제까지 일본의 소프트웨어는 주로 이미지형이나 게임형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음을 주목해 보자. 우리의 사이버 캐릭터들이 대화형 소프트웨어를 근간으로 성장한다면, 가까운 시일 안에 일본을 능가하는 사이버 캐릭터 대국으로 성장할 잠재력은 충분하다.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소프트웨어 선진국에서도 본격적인 대화형 캐릭터의 창조는 아직 무르익은 기술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고창수 한성대 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