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지갑, 써보면 편리하다지만 설치 번거로워 이용자에 외면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물건을 사고 파는 전자상거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제 마음만 먹으면 안방에 앉아 멀리 아프리카의 토속상품을 살 수 있고 주말에 보고 싶은 영화 티켓도 예매할 수 있다. 상점까지 직접 가지 않더라도 해당 홈페이지에 접속해 원하는 상품을 신청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보다 편리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로 전자지갑이다. 전자지갑이란 말 그대로 현실세계의 지갑을 가상으로 만들어놓은 것. 인터넷 상에서 이용하는 네트워크형 전자지갑을 이용하면 상품을 구입할 때마다 인적 사항을 일일이 적어넣지 않아도 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 중 원하는 것으로 대금을 치를 수 있다. 또 암호화 기능을 가지고 있어 해킹이나 카드번호 유출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와 함께 전자지갑에 따라서는 온라인 영수증 기능이 있어 일일이 거래내역을 적어놓지 않아도 지출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이같은 편리함 때문에 미국·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전자지갑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미국의 사이버캐시사는 최근 자바를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형 전자지갑 「인스터바이」를 선보였다. 이 외에 디지캐시사에서 「e캐시」란 제품을 내놓았으며, 유럽과 호주·일본 등에서도 전자지갑을 이용한 쇼핑몰 운영이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에도 여러 업체들이 다양한 전자지갑을 개발, 자사의 지불 서버를 이용하는 홈쇼핑업체들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데이콤은 자체 개발한 전자지갑 프로그램을 데이콤 내 EC호스팅 업체들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커머스넷코리아를 주축으로 「아이캐시(ICash)」란 전자지갑을 개발, 보급을 추진중이다. 이 전자지갑은 신용카드 결제와 은행 계좌이체를 함께 지원하고 있으며 IC카드를 지원하는 골드형과 네트워크만을 지원하는 실버형 두 가지가 있다.

 인터넷 보안 전문업체인 이니텍도 「이니텍페이」란 전자지갑을 내놓았다. 이 제품은 2천48비트의 길이를 갖는 RSA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 외에 메타랜드가 SET방식을 지원하는 전자지갑을 내놓고 있으며 LG인터넷도 nonSET방식의 전자지갑 「넷크레딧」을 선보였다.

 이처럼 다양한 전자지갑이 개발돼 있지만 정작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은 전자지갑의 이용을 외면하고 있다.

 LG인터넷 전자상거래팀의 정희석 부장은 『전자지갑은 인터넷의 약점인 보안문제를 해결하고 거래의 편의성을 높인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이용자들이 인터넷 전자상거래에 전자지갑을 이용하는 결제율은 2∼3%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가장 큰 이유는 번거롭다는 것이다. 전자지갑을 이용하려면 해당 프로그램을 자신의 PC에 다운로드해 등록시키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단 한번 등록시켜 놓으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인터넷 쇼핑몰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 네티즌으로서는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전자지갑을 설치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다양한 전자지갑이 나와 있다 보니 쇼핑몰마다 다른 전자지갑을 설치해야 하는 것도 이용자로서는 번거로운 일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쇼핑몰이나 관련업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데이콤의 정상범 부장은 『이용자들이 아직 전자지갑을 이용하면 안전하고 편리하게 거래를 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또 DB마케팅에 활용한다는 명목으로 처음부터 등록사항이나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것도 지양해야 할 사항이다. 이와 함께 별도로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웹상에서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전자지갑의 개발, 관련 사업자들끼리 호환이 가능한 전자지갑의 보급도 검토해볼 만하다.

<장윤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