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문이 밀려 매일 2∼3시간씩 잔업까지 하고 있습니다. 또 잔업만으로는 도저히 쇄도하는 주문을 소화할 수 없어 직원수를 지난해 말 28명에서 최근 40명으로 늘린 데 이어 올해 말까지 10여명을 더 뽑을 계획입니다.』
IMF에도 불구하고 소형 사진현상기 제조업체인 CK산업의 이병극 사장(44)은 오히려 더 바빠졌다. 그동안 일본 등에서 제품을 들여오던 수입업체들이 환율인상으로 가격경쟁력을 잃게 됨에 따라 시장점유율이 껑충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 보급되고 있는 수입제품의 가격은 5천만∼7천만원선인 데 비해 이 회사의 「α시리즈」 사진현상기 가격은 3천5백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또 이 제품은 지난달 독일 쾰른에서 열린 세계 최대 사진 및 영상제품 전시회인 「98 포토키나 전시회」에 출품, 호평을 받은 것을 계기로 최근 수출주문도 잇따르고 있다. 이미 이란·시리아·폴란드·터키·카자흐스탄 등에서 10대의 주문을 확보한 데 이어 현재 상담중인 물량까지 합치면 그 수가 50여대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우선 직원을 대폭 충원, 월 10대 정도인 생산능력을 현재 15대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등 분주하지만 여전히 공장을 1백% 가동해도 주문을 모두 소화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CK산업의 성공사례는 특히 최근 국내 중소기업들이 대부분 IMF 등으로 벼랑끝에 몰려있는 상황에서 거둔 것이기 때문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이 회사를 반석 위에 올려놓은 <α시리즈는 이 회사가 지난 3년 동안 중소기업으로서는 거금인 30억원을 쏟아부은 끝에 개발한 것으로 기존 제품에 비해 크기는 작으면서도 8×12인치 대형 사진까지 출력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시리즈는 사진인화기(모델명α-812)와 필름현상기(α-828, α-856)로 이루어져 있는데 세계 최초의 테이블식 소형 현상기(설치면적 α-812는 0.9㎡, α-828은 0.45㎡)로 평가받고 있다.
또 기능면에서도 마이크로 컴퓨터를 내장, 현상기의 모든 작동상황을 표시할 뿐만 아니라 초보자도 쉽게 적정색상을 판단해 입력한 후 색상보정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증명사진은 물론 8×12인치 대형 사진도 현상·출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제품의 수출가격은 경쟁 상대인 일본제품의 70%선인 2만5천달러(약 3천5백만원)에 불과, 해외 시장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제품이 해외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IMF 이후 달러를 기준으로 한 원화환율이 급상승한 때문이다.
당초 일본제품 수입업체로 지난 83년 설립된 CK산업이 자체 생산에 나서게 된 것은 정부가 대일 무역역조 개선을 위해 85년 소형 사진현상기를 수입선다변화 품목으로 지정한 것이 계기가 됐다.
CK산업은 그 후 품질향상과 부품 국산화에 힘쓴 결과 90년대 초 한때 직원 1백여명에 매출 1백억원대의 기업으로 급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내 시장이 무르익자 삼성·두산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외국에서 부품을 들여와 조립생산에 나서면서 이 회사는 사업을 대폭 축소해야만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IMF는 이 사장에게 과거의 「영광」을 회복할 기회를 주고 있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50% 이상 늘어난 60여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이경열 중소기업진흥공단 정보산업 부장은 『CK산업이야말로 독자적인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IMF의 높은 파고를 극복한 이 시대의 거인』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서기선 기자>